"비전문가·친정부 인사" 비판, 한은노조, 중립성 서약 요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금융통화위원 선임을 둘러싸고 한국은행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새로 내정된 4인의 금통위원들이 친정부 인사라는 비판과 자격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은 노조가 내정자들에게 '중립성·독립성 훼손 방지 대국민 서약'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은 고위 관계자는 18일 "금통위원 내정자들에 대한 중립성 시비가 있으나 각 추천 기관이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해서 선임한 만큼 노조에서 말하는 대국민 서약은 어불성설"이라며 "4명의 내정자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20일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재가를 거쳐 23일부터 업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으로 내정된 인물은 하성근 연세대교수(금융위 추천)와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기재부 추천), 문우식 서울대교수(한은 추천), 정순원 전 현대기아차 사장(대한상의 추천) 등이다. 한은 노조는 "신임 금통위원의 면면을 보면 통화정책을 정부 입맛에 맞게 운영하려는 정치적 인사"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신임 금통위원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MB정부와 연관이 있다. 한은이 추천한 문 교수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MB 선거캠프 정책고문을 맡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의 경우 현대차 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온 재계인사로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관료 출신인 정 전 차관과 하 교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 비둘기파(온건파, 성장중시)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임기가 남은 임승태 위원 역시 관료 출신으로 비둘기파라는 평가를 받아온 데다 '김중수식 파격인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임명된 박원식 부총재와까지 더하면 금통위원 7명 중 매파(강경파, 물가중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원들은 매파와 비둘기파가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깨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10개월째 금리를 동결해온 금통위가 향후에도 금리를 변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통위원은 명실 공히 '꽃 보직'이라고 불린다. 기본급 2억3000만원을 포함해 고정수당 8000만원 등 연봉은 3억원이 넘고 개인 사무실과 비서, 대형 승용차도 제공된다. 4년 임기가 법으로 보장돼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몇안되는 자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권한에 비해 책임은 애매하다. 철저히 익명이 보장돼 금통위 의사록에서 실명이 공개되지 않으며 김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국회의 국정감사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대외활동이 활발해 의견개진을 하는 일도 많지 않은 등 '하는 일 없이 고액의 연봉을 받아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 말에 금통위원들을 MB와 관련된 인사들로 채우는 것은 통화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전문가의 경우도 금통위원 직무를 이해하는데 최소 1년은 걸리는데 비전문가들이 과연 제대로 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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