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시중은행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벌여온 일당이 붙잡혔다. 은행권 고객 정보도 대량 추가 유출됨에 따라 또 다른 2차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금융사 전화영업이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대출 등을 권유하는 전화가 오면 일단 의심을 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개인정보를 이용,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겠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보이스피싱 국내 조직 총책 이모(43)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의 사무실에서 텔레마케터 또는 인출책으로 일한 서모(25)씨 등 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 등은 신용등급이 낮아 저금리로 대출을 받기 힘든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3%의 저리로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먼저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는 시중은행에서 급여 통장 등을 만들고 신용도를 높이면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것처럼 제2금융권에 돈을 빌려 자신들에게 주면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겠다고 속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돈이 급한 사람들로 텔레마케팅 경력이 있는 일당의 말에 쉽게 속았다"며 "신용도를 한 번에 올려준다는 식의 말은 의심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의 경우 피해자들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신용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피해자들의 대출날짜, 금액, 이율 상환실적을 정확하게 제시해 의심을 피했다는 것도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조선족이 아닌 한국인인 데다 텔레마케팅 경력을 가진 이들이어서 피해자들이 쉽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출된 은행정보를 이용한 2차 피해가 실제 발생하고 고객 정보도 추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 다른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총 5만건의 고객 정보가 추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에서 빠져나간 고객 정보는 확인된 것만 총 19만여건에 이른다.
여기에다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3사에서 1억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돼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경로로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만큼 대출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팅은 응대를 일단 안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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