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기업에서 흔히 여러가지 분야 업무를 숙달시키도록 활용하는 인사기법 중 하나가 '순환보직'이다. 한 자리에서 일정기간 머무르게 한 후 어느정도 노하우를 쌓으면 다른 분야 업무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들어 영업직원을 관리 등 지원파트로 전환시킨다든지, 기획업무를 맡는 직원을 현장으로 내보낸다든지 하는 식이다.
인사조직에서는 전략적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전천후 고급인력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특정분야에 숙달된 스페셜리스트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를 통달해 다른 업무까지 감안한 업무를 수행해낼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도 초기에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다른 분야를 감안하지 못한 업무스타일을 고집해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례들이 제너럴리스트 선호도를 부추긴다. 업황에 따라 기업들은 탄력적으로 보직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국내 일감이 줄어들고 해외현장이 늘어난 대형 건설사들은 재개발 수주를 위해 뛰던 직원들을 대거 해외 플랜트관련 부서로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겸비한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백안시하거나 배척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아닐 터다.
기업들은 때로는 한 분야에서 수십년간을 경험하도록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획통'이니, '영업통'이니 하는 얘기들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요 그룹에서는 여러 계열사의 기획업무를 섭렵하고 그룹의 경영기획을 총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그룹의 삼성 미래전략실이나 현대차그룹의 정책본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특징은 전문성이 뛰어나면서도 다양한 현장의 문제를 파악해내고 해소할 방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도록 독려하고 이끌어낸다.
이처럼 기업은 성장을 위해 조직을 육성할 인사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데 골몰한다. 조직이란 결국 그 안에 소속된 이들이 이끌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순환보직 인사발령과 이에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 선전포고 사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민의 발인 철도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이 이뤄졌고 그 결과가 현재의 시스템이다. 코레일은 전국 철도망을 12개의 지역본부로 나누고 있으며 이 본부 안에서만 인사교류를 하도록 한다.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해서 근무하도록 할 경우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레일은 순환보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의 지역본부 12개를 5개 권역으로 묶었다. 수도권, 충청, 경북, 경남, 호남 안에서만 전보발령을 내는 형태는 기존과 같다. 5대 권역간 전보는 비연고지 직원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한다. 현재 코레일에는 지역본부간 순환전보 단절로 비연고지에서 장기간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500여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연고지로의 전보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노조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작년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보복성 강제전출"이며 "가족을 해체하고 생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국민은 어떻게 판단할까?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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