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ㆍ르노삼성, 생산ㆍ정비직 등 희망퇴직 접수
STX조선ㆍ대한항공도 경영정상화 위해 인력 칼질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김철현 기자] 대한민국에 감원 및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자리 창출에 나선 기업들이 이면에서는 계속 되는 경영위기를 버티지 못해 회생을 위한 수단으로 인력감축 카드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시작된 감원 한파가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해 수천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KT를 기점으로 항공, 조선, 자동차 등 전 산업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가 15년 이상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구조조정 중이거나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력 구조조정을 한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진행한 반면 KT의 경우 구조조정을 공개적으로 단행하면서 기업들의 인력구조조정이 일반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올 초 사무직과 일부 생산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지난달 194명이 회사를 떠났다. 군산공장에서도 1000명 이상 감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우선 인원 축소 없이 물량만 줄이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GM이 비정규직 중심으로 유ㆍ무급휴직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만큼 향후 인력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르노삼성은 '뉴스타트 프로그램'이라는 명칭 아래 현재 생산ㆍ정비직 기장급(과장) 54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조선 및 항공업계에서도 감원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의 경우 400여명에 달했던 ㈜STX 임직원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STX조선해양은 6개월 만에 5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과 12월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지난해 말 10년 이상 근속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감원 바람은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외국계 은행들은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에 돌입했다.
씨티은행이 지점 30%를 통합하기로 했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중장기적으로 지점 25%를 줄일 계획이다. 이미 SC은행은 올 초 업무가 중복된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200여명을 내보냈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1% 감소했고 SC은행의 당기순이익은 무려 40%나 떨어졌다.
생명보험업계 빅3' 가운데 하나인 한화생명도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5년 만에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오는 16일까지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상대로 전직지원 신청을 받는다. 앞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국내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지난해 11월 전직 지원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모든 기업들이 예산삭감은 물론이고 구조조정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계속되는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각 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추진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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