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상래]
중학생 아들이 희소 난치병인 루프스병에 걸렸다. 어려운 형편 속에 아들을 간병하던 아버지는 넉달 뒤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이런 딱한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남 무안군 망운면에 사는 힘겨운 이웃 이야기이다.
장00(47)씨는 팔순 노모를 모시며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던 착실하고 사람좋은 촌부였다. 그에게 지난해 10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축구를 좋아하던 중학생 아들(15)이 언젠가부터 고열에 시달리자 장씨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큰 병원으로 가라 해서 찾아간 전남대 화순병원 측으로부터 ‘루프스병’이라는 진단이 떨어졌다.
루프스병이란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만성 자가 면역 질환이다. 완치할 방법이 없어 평생 관리 받아야 하는 희소 난치병이다.
비록 어려운 형편이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잃지 않던 장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10여년 전 이혼한 장씨는 기약 없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직접 간병에 나섰다.
그러나 넉달 뒤 청천벽력은 또 이어졌다. 아들을 간병하던 장씨는 어느 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에 쓰러졌다. 신장암이 뇌와 폐에 전이된 말기암이라는 진단에 장씨는 넋을 잃었다.
병원 측은 입원하라고 했지만 아들 병원비마저 빠듯한 장씨는 아들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주변도 막막했다. 형이 2명 있었으나 일찍이 불의의 교통사고와 병마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팔순 노모를 모시는 가난한 시골살림의 그에게 아들과 자신의 치료비를 대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연로한 어머니가 이런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아 행여 돌아가시지는 않을까 싶어 지인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망운면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병원비를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게 뻔하지만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이웃사람들은 장씨 몰래 모금운동을 펴고 있다.
망운면 주민 이모(52)씨는 “늘 성실하고 착하게 살던 장씨의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어 안타깝다”면서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보태 장씨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무안군은 장씨를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 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함으로써 위기상황을 이겨내도록 도울 방침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장씨 가족이 힘을 내도록 최대한 살필 방침이지만 행정기관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장씨 가족에게 힘과 용기를 주실 분들은 무안군 주민복지실(전화 061-450-5266)로 연락하면 된다.
노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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