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3위 차 부품사 지난해 R&D 총액 獨 보쉬 10분의 1 수준…팔로워 전략탓 돈쓸곳 몰라
낮은 기술력ㆍ인지도→가격경쟁력 승부→낮은 수익→소극적 R&D→낮은 기술력ㆍ인지도 반복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신규사업 아이템을 검토 중입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확인코자 문의드립니다. 사업 내용은 화물차 무시동 에어콘 및 히터 제조 사업입니다. 현재 사업중인 유사제품 생산업체는 (중소기업인) 오텍, 갑을오토텍입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를 상대로 문의한 내용이다. 동반성장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국내 상위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제한적 연구개발(R&D) 지표를 보면 정반대로 해석이 가능하다. 유관 중소기업들에게 낙수(落水)효과를 안겨주기 위한 신기술 개발 노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대모비스ㆍ현대위아ㆍ만도 등 국내 1~3위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R&D 총액이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인 보쉬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국내 차 부품사들의 소극적 R&D 투자가 '만년 팔로워', '빈곤의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ㆍ현대위아ㆍ만도가 지난해 지출한 R&D 총액은 686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계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의 지난해 R&D 총액 6조5790억원(45억유로)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현대모비스ㆍ현대위아ㆍ만도의 지난해 R&D 지출액은 각각 4240억원, 539억원, 208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각각 9.7%, 9.3%를 R&D에 집중 투자한 보쉬, 덴소와 달리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만도는 각각 1.24%, 0.76%, 3.7%에 그쳤다. 세계 1~2위의 차 부품사들은 100원 벌어 10원을 R&D에 투자한 반면, 국내 부품사들은 100원 중 1.4원만 R&D에 지출한 것이다.
글로벌 차 부품사와 국내 차 부품사 간 이 같은 R&D 격차는 기조로 굳어져 있다. 최근 3년간 보쉬와 덴소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각각 평균 8.99%, 9.36%였지만 국내 1~3위 차 부품사들은 0.58~3.59%에 불과했다.
현대모비스와 덴소의 R&D 투자금액을 단순 비교하면 국내 차 부품사들의 R&D 투자가 얼마나 인색한지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양사의 매출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덴소는 지난해 각각 34조원, 37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R&D 투자는 덴소가 현대모비스보다 8.2배 더했다. 물론 현대모비스의 경우 R&D 투자비를 전체 매출이 아닌 핵심부품사업 부문 매출(9조5000억원)에 적용할 경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4.5% 수준으로 올라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대폭 확대된 R&D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친환경자동차 핵심부품과 전자장치부품 부문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운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 자동차부품수출협력팀장은 "국내 업체의 경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다보니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며 "납품단가가 낮기 때문에 수익성도 떨어져 R&D 투자도 소극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철저한 팔로워 전략으로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 모르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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