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은 지난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올해 목표는 4년 연속 우승. KIA의 전신 해태(1986년~1989년)만이 이룬 대기록이다. 외국인타자 영입이 필수가 되면서 각 구단들은 중심타자 감을 영입했다. 1루수, 좌익수, 지명타자 등이 주를 이룬다. 삼성은 예외다. 이미 토종선수들이 자리를 선점했다. 1루수 이승엽은 지난 시즌 타율 0.253 13홈런 OPS 0.693을 기록했다. 지명타자 채태인은 타율 0.381 11홈런 OPS 1.001의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좌익수 최형우도 선전했다. 타율 0.305 29홈런 OPS 0.897을 남겼다. 3루수 박석민도 타율 0.318 18홈런 OPS 0.940로 제 몫을 했다. 삼성은 2루수가 아쉬웠을 것이다. 조동찬은 261타석에서 타율 0.240 OPS 0.729를 기록했다. 타율 0.272 OPS 0.804를 남긴 김태완은 189타석을 밟는데 그쳤다. 그래서 외국인타자를 데려왔다. 야마이코 나바로(27)다.
펜웨이파크 차세대 유격수였지만
나바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촉망받는 유격수 유망주였다. 노마 가르시아파라 이후 유격수 문제로 고민한 보스턴의 시름을 덜어줄 것으로 평가됐다. 2008년 나바로는 야구전문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의 보스턴 유망주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카우팅 리포트는 다음과 같다.
“수비범위는 평균이지만 강한 어깨를 갖췄다. 타격에서는 빠른 배트스피드가 돋보인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받아쳐 장타로 연결한다. 빠른 스윙과 게스히팅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15~2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2루와 3루수로도 출장하는 등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재능도 있다.”
그러나 나바로는 유격수로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체중이 100kg까지 늘어난 탓이 컸다. 2010년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보스턴의 시선은 싸늘했다. 3루수로서는 타격능력이 부족했고, 2루수로서는 수비가 아쉬웠다. 유틸리티 요원으로 분류된 그는 지난 3년 동안 캔자스시티 로얄스(201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2012년), 볼티모어 오리올스(2013년) 등을 전전했다. 불안정한 환경에 타격은 저조했다. 79경기 199타석에서 타율 0206 2홈런 OPS 0.524에 머물렀다. 트리플A 성적은 준수했다. 4년(2010년~2013년) 동안 248경기(1018타석)에서 타율 0.270 31홈런 OPS 0.801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볼티모어 산하 노포크에서 452타석을 밟으며 타율 0.267 12홈런 OPS 0.772을 기록했다.
두 얼굴의 사나이
나바로는 공수에서 상반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빼어난 운동능력과 강한 어깨로 적잖게 슈퍼세이브를 선보였지만 6-4-3, 5-4-3 병살 상황에서 연계플레이(Pivot)가 매끄럽지 못했다. 스카우트들은 베이스커버를 들어오는 스피드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체중이 늘어난 탓이었다.
야누스와 같은 모습은 타석에서도 나타났다. 나바로는 존을 좁게 설정하는 타자다.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고 특유 빠른 스윙으로 좌, 우중간에 장타를 쳤다. 그러나 존을 벗어난 바깥쪽 공에 배트가 자주 따라 나갔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도 확연했다. 지난해 5월 나바로는 타율 0.321 OPS 0.804를 기록했다. 7월에도 타율 0.305 OPS 0.810로 선전했다. 그러나 6월에는 타율 0.214 OPS 0.657에 그쳤다. 8월에도 타율 0.217 OPS 0.738로 부진했다. 그는 유망주 시절부터 기복을 지적받았다. BA는 2007년과 2008년, 2010년, 2011년 스카우팅리포트에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 종종 본헤드 플레이를 범한다.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 않다. 코치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라며 노동관(Work Ethic)에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이 나바로를 데려온 건 취약 포지션인 2루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트리플A 시절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삼성은 리그 최고의 2루수를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마이너 시절 따라다닌 인성문제를 다시 보인다면 류중일 감독은 인내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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