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미술은 특별한 사람만이 교양으로 누리는 시대는 갔다. 미술속에는 우리 시대가 원하는 창의의 원천이 담겨 있다. 우리가 천천히 미술을 따라가 보면 수많은 천재들이 남긴 혁신을 만난다. 그 천재들은 우리들에게 숱한 영감과 미래의 성장 동력을 제공해 준다."
이현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는 대중들에게 인문학으로서의 미술 읽기를 제안한다. 그래서 미술 강좌 등을 통해 기존 다른 교양 안내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바로 미술에서 담긴 창조성을 주목한다. 즉 미술이라는 창조적 행위가 갖는 힘을 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최근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새빛북스)라는 책을 통해 르네상스부터 비주얼 아트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까지 창의, 상상 그리고 소통의 의미로 미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감상이나 여가, 교양을 위한 미술을 넘어 작가 본연의 미적 체험과 소통하고, 창의·상상이 어떻게 발현됐는지를 보여준다. 일종의 새로운 미술사용설명서인 셈이다.
"그저 액서사리처럼 교양을 걸치자는 뜻으로 미술을 볼 수는 없다. 피카소나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은 미술에 있어 하나의 아이콘이다. 이 작품들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작가들의 창조성이다. 다른 편에서 스티브 잡스가 남긴 혁신, 창의로 우리는 엄청난 혜택을 누린다. 미술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미술에 일가견이 없더라도 자주 접하게 되면 우리가 누리는 창의의 원천을 만날 수 있다"며 "스티브 잡스도 피카소 등 수많은 미술가로부터 혁신을 배웠다는 걸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스티브 잡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살아 생전 ‘창조미술로 역사를 바꾼 혁명가 피카소'를 언급했다. 한 공식석상에서 그는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그들은 20세기와 21세기 등 다른 세기를 살면서도 창의력의 중요성을 자주 설파한 인물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생활이 싫증나고 따분해 전공을 뒤로 한 채 디자인 강의를 자주 들었다. 잡스는 틈틈이 글씨체 디자인에 열을 올렸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도 잡스의 글씨체 디자인은 멈출 줄 몰랐다. 이후 잡스가 만든 컴퓨터에는 잡스의 캘리그라피에 대한 열정과 철학이 반영돼 있다. 잡스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할 수 있었던 데는 일찍이 미술에 심취돼 있었던 탓이다.
피카소는 어떤가 ? 입체파를 미술사에 탄생시킨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주변 친구들조차 악평을 늘어놓았다. 그림 속 여체는 전대 화가들이 아름답게 그려왔던 것과는 달리 사지와 눈, 코, 입이 모두 뜯겨진 채 재배치돼 괴물처럼 보였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 500년 동안 지켜왔던 원근법을 일거에 무너뜨린, 당시로서는 매우 괴상한 작품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얼마간 세상 뒤에 조용히 숨어 있어야 했으며, 당시에는 누구도 이 작품이 20세기 미술계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 예측하지 못 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에 열광한다. 또한 그가 남긴 창의를 누린다. 그러면서 너나없이 창의를 부르짖는다. 미술을 보면 왜 명작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예술이 숙명적으로 창의와 새로움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새빛북스 출간/이현민 지음/1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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