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국민의 삶터이자 쉼터ㆍ일터로서 농촌을 살맛나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이 1년전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말이다. 1년이 흐른 지난 11일 이 장관은 "1, 2, 3, 4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쫓아다녔지만 막상 이거다 내놓을 게 마땅히 없어서 겸연쩍고 죄송하다"면서 "막상 운전대를 잡고 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마땅히 성과라고 내놓을 것이 없다. 오히려 올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방역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60일 매일 대책회의를 하는 등 그야 말로 온 부처가 비상이다.
이 장관이 취임 직후 했던 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지난해 10월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의 농정 계획을 담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완성해 발표했다. 그동안 농식품의 정책에 더불어 이 장관이 가진 농정에 대한 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장기 발전 계획으로 만든 것이다. 이 장관은 정책 담당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계획을 통해 부처 전체가 한 방향을 지향해 정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부터 이 발전계획을 중심으로 농정을 펼치고, 일하는 방식도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앙부처 중심으로 하향식 정책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현장을 중심으로 상향식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이 장관은 "농업 정책의 주인은 지자체나 마을"이라며 "지자체와 마을, 개별 농업인들이 재량을 갖고 자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욕 먹는 며느리가 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그는 "어려운 집에 시집온 며느리처럼 하겠다"면서 "욕을 좀 먹더라도 뙤기밭 사고, 소도 사고 자식들에게 미래를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스스로의 농정 스타일을 '이장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의 부친이 1960~70년대 마을 이장으로 일하던 스타일을 보고 배운 것이다. 그는 "30년간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지 않았다"면서 "진정성을 갖고 농업인과 농민단체를 대하니 모두들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는 그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수북하다. 당장 AI 확산을 막아내야 한다. 하반기에는 쌀 관세화 문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이런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에 그가 말한 '진정성'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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