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의 통화정책이 결정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FOMC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여부와 '선제안내(forward guidance)' 변경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옐런 의장은 양적완화 규모를 추가로 축소하면서 선제안내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옐런이 미 경기 회복이 진행 중임을 강조하면서도 FRB의 부양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재차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우선 양적완화 규모는 100억달러가 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경기 불안과 우크라이나 사태 악재가 겹치며 지난주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1.97%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고 중국과 우크라이나 악재가 미 경제에 미칠 영향도 아직은 크지 않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는 기존 속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27일 상원에서 진행된 반기 통화정책 증언에서 매 FOMC 때마다 100억달러씩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현재 속도를 유지해 연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과 관련해 "혹한에 의한 일시적 부진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임 벤 버냉키 의장의 유산인 선제안내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버냉키 의장이 통화정책 긴축 전환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실업률 6.5%라는 선제안내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선제안내 변경은 새로운 기준조건을 추가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지 실업률 기준 자체를 하향조정한다면 버냉키 의장의 판단을 전면 부정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선제안내 정책의 신뢰성에도 흠집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단순 실업률이 아닌 불완전 고용률 등 고용시장 현황을 좀더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버냉키가 도입했던 선제안내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옐런의 색깔을 입힌 선제안내 정책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옐런 의장은 상원 반기 통화정책 증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실업률은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선제안내의 조건으로 실업률만 제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각 국 중앙은행이 도입한 선제안내 정책이 투기 거래를 조장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옐런 입장에서는 더욱 선제안내 정책 수정에 신중함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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