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4대 핵심 쟁점 제기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1년여에 걸쳐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재조사해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2011년 7월27일 우면산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지 2개월 후인 9월 "100년 만에 내린 집중 호우 등으로 발생한 천재(天災)"라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반발하자 2012년 1월부터 민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재구성해 2차 조사에 들어갔었다. 특히 일체 개입을 하지 않고 민관 합동 TF를 구성하는 한편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조사의 객관성을 기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따라 13일 시는 '우면산 산사태 2차 원인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사태 발생 당시의 집중 강우와 이에 대한 대비 부족이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천재라는 입장에서 일부 인재(人災)를 인정하는 등 유족들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이날 시의 발표가 이뤄진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선 유족들의 탄식과 한숨이 가득했다.
특히 유족 대표 임방춘(67)씨는 ▲강우량 조작의혹 ▲인공시설물 설치 등 인위적 팩트 간과 ▲사망사고와 관련해 조사단의 의견수련 미흡 ▲서울시와 서초구의 책임에 대한 성찰 부족 등을 거론하며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임씨는 특히 "산사태는 강우량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조사단이 더 많은 강우량을 기록했던 과거에는 왜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며 "공학적 보고서의 전제조건인 강우량 자료가 틀렸다면,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인명피해를 입은 8개 지역의 조사결과는 신뢰성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우면산에 만들어진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임씨는 "사고 당시 공군부대와 산책로, 우면산 터널 등으로 인해 우면산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었다"며 "각종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관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보고서에는 없다"고 언급했다.
유족들은 이와 함께 '의견수렴의 미흡'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사단이 유가족들의 의견청취 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씨는 "유가족들을 만나 지역별로 다른 사망사고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했었어야 한다"며 "유가족 중에선 그런 임무를 맡은 조사단을 만나 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밖에 서울시·서초구의 방관적 태도에 대한 반성이 보고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우면산 산사태를 경고했고,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에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구청 모두 묵묵부답이었던 사실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임씨도 "보고서에선 곤파스 이후 시청과 구청이 어떤 수해대책을 세웠는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며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가 유가족들의 의문을 명쾌히 풀어주지 못하는 만큼 양측의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서울시·서초구·국방부에 제기한 7건의 보상 관련 소송도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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