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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남자가 사는법⑩]우린 40년이 슬럼프였다, 지금부턴 전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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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그들의 노래가 뜨는 까닭
"일어나"라잖아…김광석이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내 음악인생 40년이 슬럼프였다가 이제 벗어난 것 같다." 들국화 리드보컬 전인권이 4집 앨범을 낸 뒤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역시 전인권이다"는 생각에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전인권은 7080세대의 질긴 생명력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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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 올드보이들이 부활하고 있다. 들국화가 4집 앨범을 냈고 김광석 탄생 50주년을 맞아 김광석 다시부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세시봉 친구들(송창식·윤형주·김세환·이상벽)'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간다.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도전 1000곡', '히든싱어'등의 음악프로그램이 히트를 치고 있다.

7080의 노래는 가사와 음으로 승부한다. 춤은 없다. 한대수는 자서전에서 "음이 인간의 몸매라면 가사는 옷이다"고 말했다. 요즘 가수들은 "춤과 의상은 날개다"고 덧붙일 듯하다. 김민기, 한대수, 전인권, 김광석. 몸매(음)도 좋고 옷맵시(가사)도 좋은 싱어송 라이터들이다. 이들의 노래에는 7080세대가 겪은 힘든 세월과 극복의 과정이 녹아있다. 새파랗게 젊다는 걸 밑천 삼아 "내일은 해가 뜬다"며 어려움을 이겨낸 세대의 정서가 담겨있다. 모든 예술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음악에도 한 시대와 그속을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들국화 4집의 타이틀곡이 '걷고 걷고'다. 최고의 록음반으로 꼽히는 1집 타이틀곡은 '행진'이다. 젊어서 힘차게 행진하던 들국화가 이제는 꾸준히 걷는다. '걷고 걷고'는 아침은 다시 밝아오고, 아픔은 다시 잊혀진다며 계속 걷는다.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축복이란다. '행진'은 과거는 어두웠지만, 미래는 때로는 힘이 들겠지만,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다. 힘들어도 질기게 살자는 내용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어둠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게 베이비부머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100세시대, 남자가 사는법⑩]우린 40년이 슬럼프였다, 지금부턴 전성기다


김광석은 '일어나'를 노래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우리는 봄의 새싹을 기억하며 희망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의 아픔을 들여다 보지는 못했다. 그는 '그만 살까' 생각하는 자신을 '살도록' 격려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김광석은 썩어가는 인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단박에 일어서려고 했다. 우리는 봄의 새싹만을 기억하며 희망을 건졌는데 그는 자신을 위로하지도 지켜내지도 못했다.


김광석이 법륜스님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스님은 "인생 왜 사냐고 묻지 말라"고 한다. 어리석은 질문이란다. 그냥 사는 거다. 삶 자체는 이유가 없고 사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상처를 남긴 채 살아남았다. 산업화의 뒷자락과 민주화의 앞자락을 거치면서 나이를 먹었다.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르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고 앞장섰던 한대수는 '또 가야지'에서 "또 가야지 다른 곳 찾아서 계속하는 길만 따라서"라고 또 가잔다. 지치지 않는다.


[100세시대, 남자가 사는법⑩]우린 40년이 슬럼프였다, 지금부턴 전성기다


전인권은 "예전에는 공연할 때 기쁘거나 좋거나 그런 걸 몰랐다. 그저 해야 할 일로 여겼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노래하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서야 일의 재미를 알았다는 얘기다. 공감이 간다. 그렇다고 40년을 슬럼프로 표현하다니. 현재의 즐거움을 과장해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뿐이다.


이들은 형제 이상으로 가깝다. "광석이가 죽었어." 김민기는 그날 와인 두병을 가지고 학전블루 사무실 바로 윗층의 박을복 문화재단이사장 오영호를 찾아간다. 김민기의 경기고 선배인 오영호는 김민기를 후원한 연극인이자 극단 학전블루의 건물주다. 가수들이 소극장에서 공연하면 수입의 70~80%를 받는다. 김광석은 학전블루에서 공연하면서 반대로 수입의 20% 정도만 받았다. 김광석은 학전블루에서 1000회 공연을 했고 수입의 대부분을 극단에 줬다.


학전은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예술의 산실로 성장했다. 지하철 1호선도 만들었고 전인권의 들국화도 학전에서 공연을 했다. 전인권이 순회공연에서 매일 지각하자 김광석이 첫번째 순서의 노래를 대신 부른게 '이등병의 편지'다. 김광석 탄생 50주년을 기념한 김광석 오마주 '나의 노래' 앨범에는 한대수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노래한다.


서로 얽히면서 상처를 딛고 일어서며 예술을 일궈온 삶. 시대를 일궈온 베이비부머들도 다를 바 없다.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긍정적이고 강하다. 곧잘 '세대전쟁', '세대갈등'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과연 그럴까. 후손들의 먹거리를 우리가 차지하려고 그들과 전쟁을 할까. 전인권과 한대수가 EXO, 소녀시대와 전쟁을 하는 걸까. 밥그릇이 다르지 않을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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