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원 "'저축은행 가치' 부분서 입장 차 좁혔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난항을 겪던 가격 협상이 타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3월 내 인수 완료'라는 농협금융의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27일 우투증권 인수 건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측과 실무협의, 고위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열심히 잘 협상하고 있어 내달 중 인수가 마무리될 듯하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농협금융 주최 청소년 희망 채움 콘서트'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시름을 놓아서인지 임 회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농협금융은 작년 12월 우투증권 패키지(우투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확인실사를 벌였다. 문제는 이 시점에 발생했다. 실사를 마친 농협금융이 '가격조정 제안서'를 꺼내들자 우리금융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입찰가인 1조10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를 깎아 우투증권 패키지를 사겠다는 농협금융에 대해 우리금융은 오히려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러한 신경전은 이달 들어 양 측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고부터 잠잠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한 임원은 "인수가 거의 임박했다"며 "큰 원칙은 이미 합의했고 미세한 조정 절차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가격 협상의 쟁점이었던 '우리금융저축은행 가치' 부분에서 양 측이 입장 차를 많이 좁혔다"고 덧붙였다. 앞서 농협금융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치를 300억~4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현실, 저축은행 업황 등을 고려할 때 그 정도 선의 가격이 적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저축은행 인수와 자본 확충에 2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는 우리금융은 배임 논란을 우려해 싸게 넘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 측이 지금은 우리금융저축은행 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가격을 소폭 올리고 다른 2개 계열사 가격을 조정해 전체 가격을 입찰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인수가 성사 단계에 이르면서 향후 NH농협증권과 우투증권의 합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분석하지만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의 내부 기류는 조금 다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투증권에 외환은행처럼 독자경영권을 주는 건 업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은행과 증권은 차이가 있다"며 "인수 후 늦지 않은 적당한 시점에 합병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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