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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중앙고 51회 수필집을 읽고

시계아이콘01분 03초 소요

졸업식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노래도 달라졌다.


몇 년 전 둘째 아이 중학교 졸업식 때, 떠나는 학생들은 이렇게 끝나는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다.

'함께 했던 시간은/이젠 추억으로 남기고/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떠나야 해요.'


1991년 발표된 이 곡이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도 애창되는 것은 "헤어짐이 아쉽지만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며 경쾌한 리듬과 밝은 곡조로 앞길을 노래하기 때문인 듯하다.

다른 졸업 노래, 해바라기의 '그날 이후'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어울려 지내던 긴 세월이 지나고/홀로이 외로운 세상으로 나가네.'


'그날 이후'는 1985년, 여전히 진지하고 심각하면서도 서정적이었던 시대의 감성을 울린 노래다.


시기를 더 올라가면 가수 이숙은 "오 사랑하는 친구, 즐거웠던 날들/꽃피고 지는 학원, 꿈 같이 지났네"라며 '우정'을 노래했다. 작곡가 길옥윤이 작사ㆍ작곡한 1974년 곡으로, 유려한 멜로디가 1970년대 풍의 극적인 색조를 띠고 있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사회가 변하고, 사회가 달라지면 학교도 변화를 따라 간다. 시대에 따라 졸업에 대한 정서가 달라지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한 학교에서 어울려 자라난 시간의 농도는 점점 묽어지는 것 같고, 이 점은 아쉽다. 모교라는 울타리 속의 공감대가 좁아지는 듯하다는 말이다. 1950년대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추억을 담은 수필집 한 권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 수필집은 서울 중앙고 51회 동기들이 지난해 낸 '51 계우 우리 이야기'다.


이 수필집에는 고교 시절 감화를 준 스승들과 우정을 나눈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지나간 일은 훗날 시간이 그 위에 쌓일수록 더 아름답게 채색되게 마련이라지만, 내가 부러웠던 건 책을 한 권 엮을 만큼 소중한 공동의 기억이 축적됐다는 점이다.


중앙고 51회 동기들은 비슷한 세대에서도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각별한 고교시절을 보냈을지 모른다. 나는 이 수필집과 함께 1950년대 후반에 재학한 다른 고등학교 동기의 수필집을 읽었는데, 둘을 비교하면 그런 판단이 선다.


요즘 학생들이 졸업 후 수십년이 흐른 뒤에도 간직할 학창시절을 보내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그렇다고 해도 학교가 그렇게 운영되게끔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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