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8조2203억원'
지난해까지 누적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규모다. 건강보험은 지난 2011년부터 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환자들에게 지급한 비용보다 국민들에게 걷어들인 보험료가 더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흑자 행진에도 보험료 인상의 요인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경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일 오전 마포구 공단 강단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토론회’에서 인구노령화와 만성질환 추세를 반영할 경우 내년부터 총수입과 총지출이 같아지고, 이후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연구원은 65세 이상 인구에 대한 진료비의 보험료 지급은 지난 13조5000억원에서 2017년 24조4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에는 62조5000억원으로 껑출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성질환에 대한 급여비 비중도 2012년 38.3%에서 2020년 42.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1년 건보공단의 박일수 연구원이 펴낸 ‘미래환경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중장기 재정추계 연구’를 보면 건보 재정은 2015년부터 1조원이 부족해 2040년에는 적자 규모가 4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료와 진료비(수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분석에선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수가 인상분만 적용한 만큼 적자 시기는 늦춰졌지만 올해부터 확대되는 4대 중증질환과 새롭게 적용되는 3대 비급여 항목까지 반영될 경우 적자로 돌아서는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올해 반영되는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 등 ‘3대 비급여’ 항목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1조4000억원이 재원이 필요하며 2017년까지 13조5440억원이 더 소요된다.
현 연구원은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거치며 2011년부터 건강보험의 법정준비금이 고갈되면서 4년간 35조원의 은행대출로 진료비를 지급한 사례를 지적하며 현재 누적된 8조여원의 재정을 법정적립금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항목의 재원을 건보공단의 8조여원에 달하는 누적수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배치된다.
한편 최근 3년간 건강보험이 흑자를 기록한 배경은 직장인 가입자 증가와 병원이용이 줄어든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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