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유우성 북한 출입경 기록, 중국 통해 입수"…檢, '비선'통해 받고도 정확한 경로 말 못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이혜영 기자]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 파문과 관련해 책임 떠넘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 망신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책임 있는 당국의 명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무책임한 행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수한 문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입수 경로와 관련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증거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의문점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은 언론 해명 과정에서 위조된 문서임을 부인한 것처럼 밝혔지만 '검찰이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다'고 언론이 보도하자, 이번엔 "'위조가 아니다'고 한 것이 아니라 증거자료는 정상적 경로를 통해 입수한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처음 구해 온 자료는 인쇄 상태가 불량하고 발급 기관도 확인할 수 없어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문서를 보강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면서 국정원 쪽에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씨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검찰 같은 조직이 국정원이 주는 대로 받았다는 식의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검찰이 중국 영사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증거로 채택한 정황 등을 볼 때 증거와 관련된 세부적인 절차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역시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서울고법에 제출한 유우성의 북한 출입 내용은 중국 선양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서 입수 경로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 모두 명확한 해명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증거 조작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정원 비선(秘線)'의 존재와 역할, 검찰이 위조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을 통해 외교부와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유씨 출입경기록을 입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전례가 없다"면서 거절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문서를 확보해 검찰에 전달했는데, 국정원이 공식 경로가 아닌 비선을 통해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과 국정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즉각 서울시 간첩 사건과 관련한 항소를 취하하고 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특검을 임명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당사자인 검찰이 수사 주체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 지휘부는 일단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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