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5층 대회의실에 윤진숙 전 장관이 들어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직원 150여명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어두운 색상의 바지정장에 스카프를 두른 윤 전 장관은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수척한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고, 독감이 낫지 않은 탓인지 연신 기침을 했다.
이날 윤 전 장관은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 초대장관으로 취임한 지 302일 만에 퇴임식을 갖고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청와대로부터 경질 발표가 난 후 6일 만에 마련된 늦은 퇴임식이다.
직원들은 윤 전 전 장관에게 "체계적 해양수산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고 극지항로 개척과 마리나 크루즈 육성계획을 수립하는 등 공을 이뤘다"며 재임기념패를 증정했다. 이후 노조위원장과 직원대표가 나서 꽃다발을 전달했다.
윤 전 장관은 퇴임사를 통해 "해양수산부의 새 출발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바다를 통해 꿈과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산적해 있다"며 "전 직원들이 예열이 끝나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엔진처럼 점차 정책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퇴임식에 참석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내내 굳어 있던 윤 전 장관의 얼굴은 직원 한명 한명과 마주하고서야 다소 부드럽게 풀렸다. 직원들과의 짧은 대화는 윤 전 장관이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식이 많았다.
윤 전 장관은 "그동안 고생했다"라고 덕담한 후, 직원들의 말에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몇몇 직원이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잘 할거다. 그 부분을 더 신경 쓰라"고 격려했고, 일부와는 "이제 또 언제 보냐"며 두손으로 악수한 손을 감싸 쥐고 친분을 나타냈다. 몇몇 직원들은 인사를 끝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퇴임식을 마친 후 윤 전 장관은 바로 옆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5분가량 머물렀다. 취재진들이 소회를 묻자 침묵을 지속하다 "퇴임사로 대신해달라. 그냥…"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다시 집무실 밖으로 나온 윤 전 장관의 눈가는 다소 붉어져 있었다. 소회와 추후 행보 등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는 왼손을 들어 두 번 가로저었다. "혹시 (구설수에 대해)억울한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침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눈물을 참듯 입술을 깨무는 모습도 보였다.
1층으로 내려온 윤 전 장관은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기 중이던 NF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일부 직원들은 끝까지 90도 각도로 인사하며 끝까지 떠나는 윤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근혜정부 첫 내각에 포함된 윤 전 장관은 연구원 출신으로 관료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파격인사로 평가됐다. 인사청문회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구설수가 잇따르며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전문성을 발휘해 재임기간동안 북극항로 등 해양영토 확장,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착공,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등 여러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해수부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은 수산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내부 신망이 높았던 편"이라며 "윤 전 장관이 이룬 성과가 (구설수로 인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해 수산부문을 중심으로 한 게 많고, 올해부터 해양쪽에서도 본격화되는 사업이 많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일 여수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처음에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데 이어, 5일 당정협의에서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발언해 6일 전격 경질됐다. 취임 295일만이다.
해수부는 새 장관 취임 전까지 손재학 차관이 장관직을 대행한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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