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소니가 스마트폰과 게임기, 디지털카메라 등 3가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PC사업을 매각하고 TV사업을 분사하기로 한 것을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반기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리와 같은 추가 조치를 주문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리 외에 가전사업 매각, 금융사업부 분사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사는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로브가 제안한 사항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소니의 PC 매각과 TV 분사에 대해 “더 큰 구조조정을 원하는 로브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밝은 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브가 변화를 압박한 이후 18% 빠졌던 소니 주가가 소니가 개혁방안을 발표한 지난주에는 11%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니의 움직임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로브가 얘기하던 방향으로 많이 진행된 것”이라고 갬코인베스터스의 로렌스 해버티 펀드매니저는 말했다. 갬코는 470억달러를 운용하며 소니 주식을 갖고 있다. 로브가 주장한 것처럼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허드슨스퀘어리서치는 지적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전자사업 매각이 바람직하다면서도 TV는 매각하는 것보다 남겨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글로벌투자은행 제프리스그룹은 소니에 파나소닉처럼 전자사업을 하나하나 매각하라고 제안했다. 제프리스그룹의 아툴 고얄은 “소니 경영진이 지난주 발표한 조치는 가전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여줬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가전사업을 팔아치운 파나소닉은 지난 12개월 동안 주가가 57% 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갬코인베스터스의 해버티는 TV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TV는 가전 사업부에서 가장 기대된다”며 “2만5000달러짜리 울트라HD TV를 출시하면서 18개월 안에 실적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보험ㆍ은행 사업부에 대해 갬코의 해버티는 금융 부문이 2013년 3월 마감한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중 대부분을 기여했지만 분사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소니는 지난 6일 실적을 공개하면서 오는 7월까지 자회사를 만들어 TV사업을 분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오(VAIO) 브랜드의 PC 사업은 사모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이와 함께 인력 5000명 감축안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마감한 2013 회계연도에 소니는 1100억엔(1조1580억원)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잠정 집계했다. 당초 순이익을 300억엔 가량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PC 사업 매각 등으로 인해 재고?시설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를 설립해 운영하는 로브는 지난해 5월 소니에 영화 스튜디오와 음반사업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떼어낼 것을 권했다. 로브는 이와 함께 소니가 보험 사업을 처분할 경우 가전부문의 부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드포인트는 소니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로브의 제안은 지난해 8월 소니이 히라이 가즈오(平井 一夫) 사장과 경영진에 의해 거부됐다. 그러자 로브는 실망했다며 소니 주주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을 찾아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서드포인트 투자자들에 따르면 그러던 로브가 지난달 소니에 “PC와 TV사업부를 철저히 구조조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난주 소니가 발표가 이에 따르는 듯한 개혁방안을 내놓자 월가가 반색한 것이다.
소니 주식은 경쟁사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순자산에 비해 28% 낮다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이 10억달러 넘는 가전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7배라고 비교했다. 갬코인베스터는 소니 주가가 50%는 더 올라야 한다고 본다. 소니가 월가가 원하는 만큼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떼어낸다는 전제에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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