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 대출 사기, 어떻게 가능했나 봤더니…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3000억원 대출사기 사건은 특수목적회사(SPC)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허점을 이용했다.
SPC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류로만 존재하면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이번 사건처럼 실제 거래가 없더라도 세금계산서, 인수증 등 일체의 서류를 모두 정교하게 위조할 경우 은행 등에서는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 또 일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에는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들의 보증도 포함돼 은행들은 의심을 하지 않고 대출을 실행해 왔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중소기업이 물품납입대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음대체 결제 제도다. 2001년 한국은행이 도입했다.
물품 구매기업(대기업)이 판매기업에 대금을 어음으로 주는 대신 채권으로 지급한다. 판매기업(중소기업)은 이를 담보로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기에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상환한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KT ENS 직원과 부품 납품업체인 N사는 SPC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이용해 은행들을 깜쪽같이 속였다.
KT ENS의 협력업체들은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상매출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 SPC를 설립했다. 금융사들은 채권에 다른 금융사들이 신용보강까지 해주니 SPC에 무리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후 어느 시점부터는 허위 매출이 시작됐다.
부품 납품업체인 N사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해 KT의 자회사인 KT ENS에 납품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했다. 이후 SPC는 양수받은 매출채권을 금융권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매출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이었다. N사가 KT ENS 직원과 공모해 가짜 매출채권을 만들어 SPC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돈을 빼돌린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SPC 제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보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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