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금융당국이 전체 금융사를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운영 실태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선다. KT 자회사 'KT ENS' 직원이 협력업체와 짜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허점을 이용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수천억원을 대출받은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점검 결과에 따라 외상매출채권 부실대출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금융사들이 기업 대출 시 대기업을 맹신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7일 "은행, 보험, 증권 등 전체 금융사를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대한 긴급 점검을 할 것"이라며 "각 금융사별로 4∼5명씩을 내보내 현지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이번 대출 사기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10곳 등 13개사가 3000억원 안팎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나은행 1624억원, 농협은행 296억원, 국민은행 296억원 등 시중은행이 2216억원이다. 저축은행 피해 규모는 800억원 정도다.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가장 많고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검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의 피해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조사가 확대됨에 따라 피해 금융사와 액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기 대출에 이용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중소기업이 물품납입 대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어음대체 결제 제도다. 물품 구매기업(대기업)이 판매기업에 대금을 어음 대신 채권으로 지급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판매기업(중소기업)은 이를 담보로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기에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대기업 관련 대출에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 KT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의 대출 사기가 결과적으로 금융사들이 대기업이라는 브랜드를 과도하게 믿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KT ENS 김모 부장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KT ENS측이 은행 대출 규모를 2300억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금액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의 용처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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