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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대출사기' 배상 책임은 누구한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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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금융사 간 책임공방 불가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이현주 기자]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이 회사의 협력업체 등이 금융권으로부터 3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일부 은행의 경우 대출 잔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데다 지급보증 등 배상 책임을 놓고 KT ENS 측과의 의견 충돌이 예상돼 향후 법정으로까지 책임 공방이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 사기 금액 3000억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의 직원 김모씨와 이 회사 협력업체 N사 대표 등은 허위 매출 채권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수천억원을 대출받았다.

협력업체들이 통신장비를 KT ENS에 납품하면서 발행된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외상매출채권이 발행됐으며, N사 등이 만든 SPC가 이 매출채권을 양도받았다. SPC는 이 매출 채권을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매출 채권의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허위 매출채권임이 확인됐다.


N사는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전화를 구입해 KT ENS에 납품하고 발생한 매출 채권을 SPC에 양도해 왔다. 이 회사는 KT ENS와 2008~2010년 정상적인 거래를 해오다가 이후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발생한 것처럼 허위 매출 채권을 만들었고, 여기에 김씨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 등이 만든 허위 매출 채권을 통해 SPC가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수천억원이며 현재 남아 있는 대출금 잔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서류만으로는 허위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워 해당 금융사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저축은행의 고발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저축은행 등에 대한 대출은 납품업체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 사기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번에 문제가 된 은행과 저축은행의 검사를 진행 중이며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3000억원 중 실제 피해금액은= KT ENS 협력업체들이 세운 SPC 앞으로 나가 있는 대출 금액은 현재 3000억원가량이다. 하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2000억원, 저축은행 10곳에서 800억원 등이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준 곳도 있었다.


다만 은행권은 KT ENS 측이 상당 기간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해온 것을 고려할 때 실제 매출이 일어나 협력업체가 사용한 대출금이 많고, KT ENS 직원이 유용한 금액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KT ENS 직원이 가져다 쓴 돈이 대부분이었다면 KT ENS 측에서 납품대금을 결제할 일이 없으므로 은행 자체적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기 대출 피해를 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당 기간 정상적으로 매출이 일어나다 어느 시점에 일부 허위 매출을 잡아 돈을 빼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수년간 정상적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서 조금씩 돈을 빼갔을 경우 액수가 크지만 이를 은행이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부 은행들은 정상 여신이 일부 섞여 있는 데다 증권사 등 타 금융권의 지급보증도 걸려 있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탁기관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했으므로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출금액이 큰 하나은행의 경우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아야 이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ENS·금융사, 배상 책임공방 이어질 듯= 사기 대출에 대한 배상 책임을 놓고 금융권과 KT ENS 측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은행 측은 KT ENS 직원이 관련된 데다 대출 서류에 KT ENS의 인감이 찍혀 있었던 만큼 KT ENS 측이 대출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대출 서류인 채권양도 확인서에는 KT ENS의 인감이 찍혀 있다고 금융당국이 밝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KT ENS가 날인을 한 채권양도 승낙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KT ENS 측에 통지할 것"이라며 "사측에서는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KT ENS가 책임소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KT ENS는 금융사에서 주장하는 매출 채권을 사측이 발생시킨 적이 없으며 이를 지급보증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KT ENS 측은 "(이번 사건을) 직원 개인 행위로 추정하나 대출 관련 서류를 아직 받지 못해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기업영업 담당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일일이 납품된 물건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KT ENS라는 회사의 신용도와 해당 직원의 직위 등을 보고 협력업체의 세금계산서가 진짜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양측 간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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