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3000억원에 달하는 KT ENS 직원 횡령 사건에서 하나은행 피해액이 1624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여신심사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비롯해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 3곳과 10개 저축은행 등 13곳의 금융사들은 KT의 자회사라는 것 믿고 지난 2008년부터 거액을 빌려주고도 대출 사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과거에도 사기대출 사건에 수차례 연루되면서 대출사기 표적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노숙인 등 저소득자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12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에서도 하나은행이 연루된 바 있다.
이들은 월세계약서와 전입세대열람 내역을 위조한 뒤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 2채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당시에도 하나은행 등은 현장실사 없이 서류심사로 대출을 해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출사기 사건과 관련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은 여신심사 과정에서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 ENS에 직접 가서 확인했으면 그 대출채권 문서가 위조인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금융사에서는 그러한 절차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에서 담보가 된 외상매출채권은 2차적인 상환보증 수단으로 사용되는 게 원칙"이라며 "대출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대출금의 쓰임새와 상환 방법으로 이를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