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난한 나라가 재건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다." 6ㆍ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가리키며 맥아더 장군이 한 말이다.
전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아니, 기적을 만들었다.
산업화의 초석을 마련한 경부고속도로, 산업단지 건설이 이어지며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한국형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거안정을 이뤘다. 또 해외건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브랜드 위상을 높였다. 이런 요인들이 토대가 돼 세계 9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건설인과 건설산업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건설산업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많은 건설회사가 스스로 문을 닫고 건설인들이 현장을 떠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건설현장을 쳐다보지도 않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인재가 없고, 일감도 없고, 비전도 없으니 건설산업이 감당해야 할 도전이 결코 녹록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 건설인들은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변화하지 못해 도태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돌아보건대 그동안 건설산업은 과도하게 정부 정책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칸막이식 업역에 안주한 채 일부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온 것도 숨길 수 없다. 건설인 스스로 통렬한 자기반성과 업계 내부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 의존적 사고를 버리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타 산업과 융ㆍ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건설산업과 접목시켜 건설시장을 스스로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양적위주의 성장전략을 지양하고 사업타당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워 핵심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역량을 높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규모가 성장한 만큼 이제는 선진 건설사와 경쟁에서 우위에 설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공정거래ㆍ윤리경영을 정착시키고 건설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과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 고유의 야성(野性)을 되찾는 것도 필요하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건설업이다. 하늘과 바다, 지하, 차디찬 동토와 뜨거운 사막에서도 건설인들은 그 야성을 한껏 발휘하며 온갖 난관을 극복, 건설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건설인과 건설산업이 갈수록 야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의적인 기업가정신과 장인정신 그리고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대표되는 건설산업의 야성을 되찾을 때 건설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산업이 정책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건설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창조적 건설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부터 나서야 한다. 업계에서 변화의 몸부림을 쳐도 규제란 높은 장벽이 가로막으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보다 품질위주의 경쟁을 유도해 건설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도록 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도 힘써야 한다. 인프라 투자는 건설산업 발전의 토양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타 산업의 투자와 생산을 유발하는 생산적 복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에 '할 수 없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건설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은 건설산업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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