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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창조적 인재양성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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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창조적 인재양성을 위한 조건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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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삼성전자는 '천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에 따라 미국에서 극비리에 인재를 영입한 적이 있었다. 그 인물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천재로, 영입된 후 주변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제품 기획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하나 있었다.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 주변 동료들을 '멍청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그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다. 몇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거나 목욕을 하지 않아 동료들은 아무도 그의 옆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삼성전자의 로비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 것은 그가 강한 중독성을 가진 마약 LSD를 상습적으로 복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중에 상습적인 마약 복용자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이미 회사 내에서 그의 능력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삼성전자는 조용히 그를 해고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초기 스마트폰 개발에서 애플에 뒤처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여기서 독자들은 이 비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그를 고용했다는 부분은 픽션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앞의 묘사는 전기에 나온 잡스의 특성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과연 어떤 한국기업이 잡스 같은 자유분방한 인물을 조직에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창조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창조적 인물이 만들어 낸 제품과 서비스를 향유하며 즐거워한다. 잡스의 아이폰과 아이팟을 한시도 손에서 떼놓지 않으며, 그가 만든 태블릿PC는 노트북PC를 파괴하는 새로운 혁명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창조성의 이면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괴벽과 문화,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거나 반사회적인 성향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는 창조적인 인재조차 사회적으로는 '모범생'이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창조와 모범생은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종이다. 창조는 기존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으로 기존 질서에 가장 잘 순응하는 모범생과 양립할 수 없다. 창조는 이단아들로부터 탄생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한국사회에서 이단아들이 혁신을 이룩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온라인게임이다. 5000년 한국 역사에서 금속활자, 거북선에 이어 한국사회가 글로벌 제품혁신을 이룩한 사례는 온라인게임이 유일하다. 이런 온라인게임 혁신의 이면에는 리니지 개발자 송재경이나 넥슨의 김정주가 있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게임을 하며 놀다(?) 문제학생으로 찍혀 대학원에서 제적될 뻔하기도 했다.


일전에 도쿄대에서 만난 마이클 쿠스마노 MIT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면접한 MIT 학생 중 5%만을 입사시킨다"고 말했다. 5%의 선별이 가능한 것은 채용담당자들이 한 달에 걸쳐 캠퍼스에 상주하면서 대상자를 면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 기업이라면 응시한 MIT 학생 전원을 입사시켰겠지요." 그냥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총장추천제를 철회하기로 했다. 사실 총장추천제는 서류 전형을 면제하는 수준으로 그리 대단한 인재 등용의 수단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의 SSAT라고 불리는 직무적성검사를 생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총장추천제조차도 비판 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창조적 인재 양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별 기능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기능이 바로 이 선별 기능이다. 삼성전자조차 200개의 학교를 빌려 일제고사를 치러 모범생을 선발하는 판국에 창조를 논하는 것은 사치가 아닌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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