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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액 대출사기, 금융후진국의 맨얼굴

시계아이콘00분 59초 소요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거액 대출사기 사건이 불거져 금융권이 난장판이다. KT의 자회사 KT ENS(옛 KT네트웍스)의 납품 협력업체들이 KT ENS의 부장급 직원과 짜고 실제 거래는 없이 장부상 거짓 매출채권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담보로 NH농협ㆍ하나ㆍKB국민 등 3개 은행과 BS 등 10개 저축은행으로부터 수년간 거액의 대출을 받아온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번 대출사기의 규모는 잔액 기준으로 3000억여원에 이르며, 그동안 상환된 부분까지 더하면 총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7000억원대의 사기어음을 유통시킨 1982년 이철희ㆍ장영자 사건, 직원에 의한 5000억원대 허위 지급보증 등이 적발된 2010년 경남은행 금융사고에 버금가는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금감원이 어제 공개한 사건의 개략적 내용을 보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이렇게 허술할 수 있을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ㆍ하나ㆍ국민과 같은 대형 은행들이 수년간 100여차례 계속된 대출사기에 무방비로 당했다. 지난해부터 가동된 금융감독원의 '여신 상시감시 시스템'에 의해 그 일부가 적출되기 전에는 해당 은행들이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대출심사는 어디로 갔고, 회계는 무엇 때문에 하며, 내부통제는 말뿐이었는가.


세 은행 모두 대출신청 서류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고, 지급보증이나 담보를 잘 챙겼으며, 대출절차 규정을 어긴 점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와 이 회사 직원 개인의 횡령이지 자신들의 대출사고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기초적인 대출심사와 대출채권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사별로 총자산이 100억원도 안 되는 KT ENS 협력업체들에 그렇게 꼼짝없이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주들이 KT라는 대기업의 자회사인 것만 보고 확인하지도 않고 거짓 매출채권 증빙서류를 진짜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다른 은행들에는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KT도 지분 100% 자회사인 KT ENS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KT의 방만한 경영 등 퇴락한 기업문화가 50여개의 자회사들에까지 전염되어 KT그룹 전체가 업무기강이 해이해지고 부패해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황창규 신임 KT 회장은 집안단속을 더욱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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