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다는 게 바로 이런 거지 싶다. 어제 경찰에 붙잡힌 고용노동부 5급 공무원 최씨 경우다. 그는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용부가 관리하는 고용 정보 800만여건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이 중 12만여건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최씨는 이를 이용해 딸과 동생 등을 시켜 해당 기업에 국가지원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 결과 4800여개 업체가 190억원을 받아냈고, 최씨는 이 중 58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공무원이 국가정보를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채운 것이다.
최씨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정보관리 체제가 그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신상을 담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각종 정보가 최씨 같은 비리 공무원에 의해 얼마든지 새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고용부는 최씨의 범죄행각을 5년간 까마득히 몰랐다고 한다. 정보 관리와 감독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놀랍다. 민간에게만 눈을 부릅뜨지만 말고 안방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고용부 뿐이 아니다. 정부기관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쌓아두고 있지만 내부자에 의한 정보유출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담담자의 형식적인 서약서와 보안 교육 외에 별다른 정보유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유출, 지난해 성추문 검사 사건 피해여성 사진 유출 등이 모두 내부인이 벌인 일이다.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진 공무원에 대한 직급별 보안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차제에 국가 및 공공기관의 정보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새나가는 게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돈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예산이 늘수록 새는 구멍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새는 구멍을 막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최씨의 사례에서 보듯 공무원 부패는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는 양상이다. 공직자 윤리의 회복은 물론 부패를 원천 차단하는 장치와 부패를 적발해내는 관리감독 능력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