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태국이 2일(현지시간) 조기총선에 돌입했지만 정국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총선을 거부했던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의 선거 불참으로 조기총선이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과 반정부 세력은 조기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선거 이후에도 탁신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전국 9만3500여개 투표소에서 조기총선 투표가 시작됐다. 유권자 수는 4870만명이며, 이번에 지역구 375명, 비례대표 125명 등 하원 의원 500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반정부 시위대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자 잉락 친나왓 총리가 시위를 가라앉히기 위해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반(反)탁신 세력은 의회 해산 당시부터 조기총선 자체를 거부했다. 조기총선이 실시되면 집권 여당이 재집권해 탁신 세력의 집권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반정부 시위가 거센 방콕과 야당 지지세력이 강한 남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파행을 겪거나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1일 오후 방콕 북부 락씨 구청 주변에서 투표함과 투표용지 배달을 막고 있던 반정부 시위대와 조기 총선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한 7명이 다쳤다.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정부와 집권 푸어 타이당이 해외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포괄적 사면을 추진하자 지난해 11월부터 수천∼수만명이 참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탁신 전 총리 세력들이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저지르고 있다며 탁신 전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총리의 퇴진, 조기 총선 연기, 선거 전 정치개혁 실시 등을 요구 중이다.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의 충돌로 그동안 태국에서는 10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쳤다.
정부는 투표 도중 폭력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전국 투표소에 경찰 12만9000명을 배치하고, 군 47개 중대에 대기 조치를 취했다.
조기 총선이 끝나더라도 새 의회가 개원하는 데는 몇 개월이 걸리고,총선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의 방해로 인해 방콕과 남부지역에서 선거 후보 등록과 조기 투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개표가 끝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바로 발표하기 어렵고, 선거가 무산된 지역에서는 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데 최소한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총선이 같은 날 일제히 실시돼야 한다는 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총선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조기 총선을 계기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거나, 선거 후에도 정국 혼미가 장기화되면 쿠데타 등으로 군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있다.
거대한 조직과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군은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지난 1932년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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