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미 1800만t,,재정손실 44억 달러 발생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태국이 농가소득 지원을 위해 시가보다 높게 쌀을 수매해서 저장하는 정책을 도입한 이후 태국에 쌀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른 재정손실도 2012년9월까지 44억 달러(한화 약 4조9500억 원)이 발생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쌀 수매정책으로 1700만~1800만 t의 쌀이 쌓여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0월 께 햅쌀이 수확될 예정이어서 태국 정부는 쌀수매 자금 확보를 위해 기존 재고물량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쌀이 국제시장에 방출될 경우 쌀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쌀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초 약 35만 t의 쌀 매각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로마에 있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선임 쌀 문석가인 콘셉시옹 칼페는 “태국 정부가 국제 쌀 시장에 물량 홍수를 낼 경우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정부는 시세의 40~50% 높은 가격에 농가에서 직접 살을 수매하는 정책을 시행한 결과 2012년 9월까지 44억 달러의 재정손실을 입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경제 전문가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등은 지난달 쌀 수매 정책은 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달 “정책 시행에 따른 손실은 오는 2017년 균형 재정을 이루려는 정부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무디스가 이 같은 보고서를 내자 잉락 친나왓 총리는 쌀 수매 정책 책임을 물어 농무부 장관을 교체하고 쌀수매가격을 20% 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이 이에 반발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태국 정부는 결정을 번복했으며 쌀 시장은 요동쳤다.
국제 쌀시장에서 태국의 위상도 추락했다. 태국은 잉락이 2011년 집권하고 농민 보조금을 직접 수매제도로 바꾸기 전까지는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었다. 쌀수매제도 시행으로 쌀 가격이 올라 태국은 인도와 베트남,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주변 쌀 수출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그 결과 태국은 지난해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으로 강등됐다.
태국의 쌀 수출은 2011~2012 수확연도 쌀 수출량은 690만t으로 전년에 비해 35%나감소했다.
반면, 인도는 같은 기간에 1030만t을 수출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의 쌀 수출대국으로 부상했다.
태국 정부가 쌀수매가를 올리면서 사기가 판을 치고 일부 농가는 저등급 쌀을 고품질로 속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 저가 쌀 밀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출라롱콘대학의 티티난 퐁슈디락 교수는 “쌀수매제도는 태국에는 재앙이었다”면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며 지속이 불가능한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책은 FA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기관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며 보고서에서 베트남 쌀 가격을 인용한다고 지적했다.
칼페는 “태국 정부는 시장을 완전히 왜곡시켰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잉락 총리가 사실상 지배하는 푸어 타이당의 비판론자들은 푸어타이당이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철회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잉락은 쌀수매제도외에 최저임금제와 생애 첫 자동차 및 주택구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정책도 도입해 재정부담을 악화시켰다. 잉락은 또 올해초 66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잉락이 이처럼 무리한 정책을 도입하거나 추진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컨설팅회사인 HIS의 로먼 보즈(Romen Bose) 분석가는 “내년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태국 정부는 쌀 농가 지지를 받아야 하고 특히 집권당의 지지세력이 아닌 북동부 지역의 농민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태국의 쌀 비축량은 더욱 더 늘어나고 일시 방출에 따른 쌀가격 변동성도 계속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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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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