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현재 세계는 두 가지 에너지 혁명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셰일오일과 가스가 대변하는 화석연료의 르네상스다. 다른 하나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르네상스다. 유럽연합(EU)이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재생에너지 요금을 감축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선구자인 유럽 대륙에서 재생에너지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재생에너지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는 미국 에탄올 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의무 휘발유 비율을 엄격히 적용해왔는데 이를 완화할 방침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최근 에탄올과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비율 감축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제출한 초안에 따르면, EPA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의무 사용량을 지난해 181억5000만갤런에서 올해 155억2000만갤런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에탄올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보는 게 온당할 것 같다. 미 해군은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이 에탄올 사용 증가가 엔진에 무리를 준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도도한 물길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캘리포니아,네바다 등 일조량이 풍부하고 매사추세츠주는 풍력이 풍부해 태양광과 풍력의 활용가능성은 매우 커 미국 당국이나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태양에너지산업연합회(SEIA)가 최근 발표한 ‘2013년도 태양광 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태양광 사업자들은 3분기 중 총 930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설치했다.
2분기에 견줘서는 약 20%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5%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3분기 설치 실적은 미국 역사에서 분기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규모별로는 대형 태양광 발전소 용량이 539 메가와트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총 52개 프로젝트가 완료됐다.대부분 캘리포니아에 설치됐지만 37메가와트급 발전소는 네바다주에, 124메가와트급은 아리조나주에 각각 설치됐다.
가정용은 186메가와트가 신규 설치됐다.미국 가정용 태양광 발전 역사에서 최대를 기록했다. 3분기에 신규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은 3만1000개로 집계됐다. 1~3분기 누계는 36만개로 불어났다. 3분기 신규 설치된 발전용량은 가정용은 전년 동기에 비해 49% 증가했으며 연말에는 전년에 비해 52%가 늘어날 것으로 SEIA는 예상했다.
신규 발전용량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태양광 발전용량 누계는 10기가와트를 넘었으며 연말이면 미국 전역에서 40여만곳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가동을 할 것으로 SEIA는 내다봤다. 론 레시(Rhone Resch) SEIA회장은 “올해는 미국의 태양광 산업이 전환기를 맞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당연히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비영리재단인 ‘솔라 파운데이션’의 '2013년도 전국 태양 일자리 센서스' 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태양광 업계는 2만3682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전년 동기대비 19.9%의 증가율을 보였다.이는 미국 전체 일자리증가율 1.9%의 무려 1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현재 미국 태양광 업계에는 14만2698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탔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앨런 머스크의 사촌이자 미국 2위의 태양광 장비 설치 업체인 솔라시티코프의
린든 라이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태양산업은 미국이 지금까지 미국 최대의 일자리 창출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3년초부터 지금까지 2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은 풍력 발전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아이오아주와 매사추세츠주 연안이 대규모 풍력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투자의 귀자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에너지홀딩스는 아이오자주 풍력 프로젝트용 풍력 발전기 터빈을 독일 지멘스에 주문했다. 미드아메리칸이 주문한 설비는 발전용량 1050메가와트로 터빈 448개인데 금액으로 따져 10억달러 어치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일원자력발전소가 터진 이후 원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지열과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발전시설 설치는 가히 폭발하듯 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50개의 원전을 전면 가동 중지한 이후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원전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렸지만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관심 또한 대단히 높아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물론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샤프는 경영재건을 위해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굴하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일본의 화학회사인 아사히화성과 협력해 2월부터 미야자키 현에 태양 전지의 발전량을 대폭 증가시킨 태양광 발전소 운영에 나선다. 마루베니는 ‘노베 오카 메가솔라’를 설립하고 노베 오카시의 아사히 화성 공장 부지에 약 4000개의 태양과 패널을 사용한 출력 1062㎾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한다.
마루베니는 오이타 현 벳푸에 인접한 임해공업지대의 유휴지를 활용해 출력 8만2000kw로 일본 최대의 태양광 발전소인 ‘오이타 솔라 파워’의 시운전을 개시했다.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도 IT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구마모토현 아라오시와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인 메가솔라를 설립했다. 이 태양광발전소는 2014년 착공해 연말께부터 운전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시 연간 발전량은 구마모토현 발전소는 약 6000세대 분, 후쿠오카현 발전소가 5570세대 분이다.
전기전자기기 회사인 도시바는 금융기업 오릭스와 손을 잡고 지열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두 회사도 이날 일본 북알프스 산기슭에 자리한 기후현 다카야마시의 오쿠히다 온천에서 지열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철회사인 신일본제철주금도 산하 신일철주금엔지니어링을 통해 가고시마의 ‘기리시마지열’ 주식 15%를 취득해 지열발전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도쿄대와 마루베니, 미쯔이조선, 시미즈 건설 등 10 개사에 위탁해 3년간 해상 풍력 발전
시설인 ‘후쿠시마의 미래’의 발전효율과 환경영향을 조사하고 2018년 출력 10만~30만㎾급의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을 많이 사용해 세계 최대 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둘러쓴 중국이지만 중국은 재생에너지에 관한한 선도국이다. 잉글리 그린 에너지 홀딩스,트리나솔라 등은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회사다.이들은 물량 공세로 세계 태양광 시장을 제압해버렸다.
설치도 많이 했다.
조사회사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14기가와트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신규설치 용량은 미국 전체 발전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과 일본을 합쳐 올해 51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설치할 것으로 BNEF는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자체집계결과 중국은 지난해 10월까지 총 36기가와트의 청정발전용량을 설치했다. 풍력은 7.9기가와트가 새로 설치됐다.
BNEF의 찰리 카오 분석가는 “중국의 총발전용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이전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에 이은 아시아의 2대 신재생에너지 대국인 인도도 육해상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 용량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의 육상풍력 발전용량은 이미 20기가와트, 태양광발전용량은 2기기와트에 이른다.
파룩 압둘라 신재생에너부 장관은 “해상 풍력 발전의 잠재력은 엄청나다”면서”풍력 발전 잠재력을 검토하고 개발을 감독할 기구 설립 승인을 내각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신재생에너지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풍력 발전 정책 초안에서 10년간 세금면제, 장비구입에 대한 관세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안한 데 이어 2월 재무부에 제출할 잠정예산안에 풍력단지에 대한 세금우대조치를 재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인도는 또 풍부한 일조량과 태양광 발전 단가의 하락,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등의 요인을 활용해 태양광 설비확충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08년 마련한 ‘자와할랄 네루 국가 태양 미션(JNNSM)에 따라 2022년까지 총 22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정책을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라자스탄주에 4000메가와트(4기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1단계로 750메가와트의 발전시설을 짓기 위해 오는 20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허가권 입찰을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미국,일본의 재생에너지 혁명은 셰일혁명에 버금갈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