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거래처에 100만원을 이체하려다 추가로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은행의 연락을 받았다. 장씨는 "300만원 이상의 경우에만 추가 인증을 하는 줄 알았다"며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대학생인 김모씨는 최근 학교 내 은행 영업점을 방문,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를 발급받았다. OTP 생성기는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거래를 할 때 이용하는 보안매체다. 4자리 숫자 35개가 새겨진 보안카드와 달리 1회용 비밀번호를 1분마다 새로 생성해주는 기계다. 김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보안에 대해 불안감이 생겼다"며 "주민등록번호도 못 믿을 세상이 된 것 같아 OTP를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금융소비자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현금 이체나 공인인증서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졌고, 소비자 스스로도 보안 절차에 대해 되돌아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금융거래도 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강화했다. 인터넷ㆍ모바일뱅킹으로 이체하는 고객이 하루에 100만원 이상을 이체하면 본인 추가 인증 절차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300만원 이상 이체 시 추가 인증 절차를 거쳤다.
은행이나 카드사로부터 '대출 또는 금융상품을 추천드린다'며 걸려오던 전화도 뚝 끊겼다. 금융당국이 3월까지는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영업하는 행위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는 주민등록번호로 금융거래를 하던 소비자의 일상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부처가 금융거래시 주민번호를 꼭 입력하는 현 시스템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관계부처가 주민번호를 대안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소비자들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들이지만, 당분간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60대 이모씨는 "나이가 들어서 주민번호도 외우기 어려운데, 정보유출 때문에 이것저것 조치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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