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SK그룹 횡령 사건’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450억원에 이르고,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몫이어야 할 주식회사의 자금을 투명한 절차 없이 최태원 회장 형제 등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출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과 최 회장 형제 등이 투자수익에 대한 욕망 충족을 위해 SK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공모 혐의를 인정, 그가 주도적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하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 형제 등과의 사이에서 피고인이 지배적인 영향력 혹은 특수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주도적 지위에 있었고, 횡령 범행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물론 SK 계열사에 펀드출자금 선지급을 지시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최 회장 형제이지만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건 피고인으로 보인다”면서 ▲최 회장 형제가 투자수익을 돌려받지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김씨에게 막대한 금액의 옵션 투자금을 보낸 점 ▲최 회장이 SK그룹 지배권과 직결된 SK C&C 주식까지 담보로 맡기며 김씨를 신뢰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횡령액의 상당부분을 보험료 등 개인적 용도로 쓰고 원금을 반환하지 않은 점, 도피성 출국을 한 상황에서도 관련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이 사건 수사 및 공판 과정에 영향을 끼치려 한 점 등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본인에 대한 공판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는 동시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 측은 “이 사건은 김씨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간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이고 횡령은 김 전 대표의 단독범행”이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준홍 전 대표 사이 대화가 녹음된 기록과 녹취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김 전 대표에게 공판 과정에서 거짓 진술 혹은 거짓 대응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과 달리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항소심 법정에서와 본 법정에서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며 다른 증거·정황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씨는 최태원 회장 등과 짜고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려 운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SK 횡령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1년 초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였다가 지난해 7월 대만에서 체포됐다. 그는 지난해 9월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직전 국내로 송환됐다.
최 회장 형제는 앞선 항소심 공판과정에서 횡령 범행은 김씨 등이 주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이미 심리가 충분히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6월,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에 대한 상고심 선고는 다음달 하순께 내려질 전망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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