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발 혼란에 환율 급등…각국 중앙은행 잇따라 통화정책 고삐 당길 듯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르헨티나발 금융시장 쇼크가 신흥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에서 시작된 통화가치 급락이 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정부가 급락하는 통화가치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상승이 신흥국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이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톰비니 총재는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15% 넘게 빠진데다 연초에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급등 차단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7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초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0.5%포인트 더 오른 10.5%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성장둔화에도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상향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정부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2.387리라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리라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6% 올랐다. 터키 중앙은행 내부에서는 리라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7.75%인 터키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10.5%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누아 안 신흥국 전략 대표는 "그 동안 터키 중앙은행이 정국불안에도 금리카드 쓰기를 꺼렸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면서 "현재 1~2%포인트 정도의 큰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이 동시에 진행 중인 인도·인도네시아 역시 올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듯하다.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지난해 각각 13%, 26% 폭락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각각 6%, 8%까지 치솟았다. 양국 중앙은행은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이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화가치와 함께 신흥국 주식시장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데다 국채 금리는 치솟아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7% 넘게 급락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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