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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충청도가 아니다, 청홍도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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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19)

[千日野話]충청도가 아니다, 청홍도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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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이 움찔했다.
"죽을 죄를 저질렀사옵니다. 과천 양재역 벽서 사건 이후 역도의 무리 중에 충주사람이 많이 끼어있어서, 조정에서 충청도의 '충'을 빼고 홍주(지금의 홍성)의 첫글자인 '홍'을 넣어 청홍도로 개칭한 일을 얼핏 들었습니다만, 마음에 제대로 담지 못했사옵니다."
예방이 사죄하자 퇴계는 나즉히 말을 했다.
"나라 일을 맡은 관리는 말 한 마디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법이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예방의 말이 일리는 있다. 강원도와 인접해 농사 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지적 말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흉년을 아무런 방도 없이 지켜만 보는 것이 관직의 녹을 먹는 자로서 옳은 것인가."

그때 호장이 나섰다.
"사또 나으리. 그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옵니다. 험준한 지세 또한 저 물 아래쪽의 곡창과는 비교할 바가 못될 만큼 흉합니다."
"지세와 기후가 나빠서, 흉년을 못 면한다는 말인가?"
"바로 그러하옵니다."
호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이방도 거들었다.
"사또. 단양은 불기운이 강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붉을 단(丹)에 볕 양(陽)이니 그 뜨거운 햇살에 물이 모두 말라버리는 것이라 하옵니다. 하늘이 이미 물을 내지 않는 곳인데, 어찌 인력(人力)으로 물을 만들어낼 수 있겠사옵니까? 거쳐가신 많은 군수 나리들이 저마다 그것을 고민했으나 모두 두 손을 들고 말았던 예도 있사옵니다."


퇴계는 말했다.
"세상에 나도는 부질없는 속설에 너무 쉽게 귀를 내줘서는 안되는 법이다. 게다가 민생(民生)이 걸린 문제를 판단할 때는 더욱 엄중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보았는가."
호장이 말했다.
"기우제도 지냈고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굿도 해보았습니다. 그래도 강수량의 절대적인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었기에 구황작물 중심으로 농사를 바꾸고 대개의 논을 밭으로 바꾸는 정책을 폈으나 이마저도 타는 한발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가 일전에 말했던 보(洑)에 대해 검토해본 적은 있는가."

이번에는 예방이 나섰다. "물론 있사옵니다. 계곡물을 막아 물을 가둬 그것을 가뭄 때 쓰자는 의견이 왜 나오지 않았겠사옵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공사를 할 만한 인력이 이 좁은 단양에선 없사옵니다. 사람이 있어야 부역을 시킬 텐데, 이미 하고 있는 사소한 부역만 해도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흉년으로 고통받고 있는 기민들의 노동력을 쓰는 일은 또 하나의 비정(秕政)을 부를 수 있사옵니다."
"예방의 말에 일리가 있다. 내가 보(洑)를 만들자고 한 제안은 일단 거둬들이겠네. 치수(治水)의 핵심은 그것일 수밖에 없으나, 당장은 이 고을이 할 수 있는 형편을 맞춰서 시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 듯 하네. 자네들의 의견은 어떤가."
"어떤 일을 먼저 하실 생각이신지 알고 싶사옵니다."


"최소한의 인력을 뽑아서, 낀내의 바닥을 파내 소(沼)를 만들 계획이네. 보(洑)를 만드는 물막이 공사는 사람의 힘이 많이 필요하지만, 소는 조금 다르네."
"개울에 물이 차면 어찌 그 바닥을 파낼 수 있사온지요?" 이방이 물었다.
"물이 찰 때를 기다릴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2월에 조금 날이 풀리는 날을 택해 바로 공사에 들어가면 되지 않겠느냐?"
"몇 년째 계속된 흉년에 백성들을 움직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옵니다."
"그래, 알고 있다. 일단 관아의 창고에 있는 대부분의 곡식을 방출할 계획이며, 고을 부자의 기부도 받을 계획이니라. 구휼과 사업을 함께하여, 부역의 사기를 높이고자 한다. 봄이 오기 전에 우리가 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면, 가을에는 더욱 괴로운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느니라. 그 흉년의 고리부터 끊는 것이 이 신임군수와 해내야 할 큰 일이다. 알겠느냐?"
아전들은 머리를 조아렸다.
"예. 사또 나으리."
"호방은 공역(公役) 계획을 짜고, 소(沼)를 건설할 입지를 분석하여 그 안(案)을 내게 제출하라."
"예. 사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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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나비방울 노리개의 여인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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