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홍어는 코를 찌르는 냄새와 혀와 입속을 얼얼하게 하는 맛으로 미식가, 혹은 엽기적인 식도락가를 유혹한다.
발효된 홍어의 냄새와 맛은 요소(尿素)와 트리메탈라민-N-산화물(TMAO)에서 비롯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홍어를 삭히면 홍어 체내의 요소는 우레아제 효소의 작용으로 암모니아로 변하고 TMAO는 세균에 의해 트리메탈라민이 돼 코와 입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요소와 TMAO는 홍어나 가오리 같은 판새류에서 삼투압 조절에 쓰인다. 판새류는 연골어강(軟骨魚綱)의 한 아강(亞綱)이라고 한다.
상어도 판새류에 속한다. 그렇다면 상어도 삭혀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북유럽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이 호기심을 풀어줬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상어를 발효시킨 하우칼(hakarl)을 먹는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상어를 각을 떠 돌무더기 위에 놓고 그 위에 돌을 쌓는다. 상어 고기가 삭으면서 흘러나오는 즙이 돌에 눌려 빠지도록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렇게 6~12주 발효한 상어 고기를 4~5개월 동안 창고에 걸어두고 말리면 하우칼이 된다. 외국인이 코를 막고 질색을 하는 하우칼을 이 나라 사람들은 증류주 아크바비트에 곁들여 즐긴다.
얼마 전 전남 나주 영산포 홍어명품화사업단의 외유가 논란을 빚었다. 이 사업단의 일부 인사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6박8일 동안 다녀왔는데, 방문지가 홍어와 무관한 곳인 데다 출장이 대부분 관광 성격의 일정으로 채워졌다. 홍어명품화사업은 홍어 가공식품 개발, 유통시설 현대화, 브랜드 개발, 홍보 마케팅 등으로 홍어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국비와 도비 등 30억원이 투입됐다.
홍어명품화사업단은 다음에는 삭힌 홍어-하우칼 음식문화 교류 행사를 열면 어떨까. 오는 봄 영산포홍어축제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초청하면 좋지 않을까. 삭힌 홍어는 포장 제품이 없지만 하우칼은 가공ㆍ포장돼 판매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포장된 하우칼을 가져오게 해, 우리는 하우칼을 맛보고 그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막걸리와 아크바비트를 빼놓을 수 없겠다. 홍어 국제화의 첫 시장을 아이슬란드로 삼는 것이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