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상가 임차인들이 목돈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받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에 따라 건물주가 상가권리금을 주지않고 상가 임차인과의 계약을 중도에 파기하거나 부당하게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 폐해가 사라질 지 주목된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 등은 16일 종로구청 앞 한 중국 음식점 앞에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중국집은 종로 상권의 권리금 피해사례로 거론된 점포다.
상가권리금은 기존 가게의 영업의 성과에 대한 일종의 대가다. 임차인간에 주고 받는 무형의 영업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상가권리금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지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건물이 재개발이 되거나 건물주가 임차인을 내쫓을 경우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간의 이전 계약 과정에서 권리금을 받는 절차와 내용 등을 규정해 권리금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은 상가권리금을 주고받았을 경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건물주에게 알려야 한다. 또 새로 건물에 들어온 임차인은 관할 세무서장에 권리금 지급 사실을 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부여 받는다. 이후 임대인은 종전 임차인이 가게를 넘길 경우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건물주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거나 임대 계약 종료한 뒤 스스로 또는 제3자를 통해 임차인과 동일한 형태의 영업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기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 의원은 "상가권리금 문제는 2009년 1월20일 발생했던 '용산 참사'의 진짜 배경"이라며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임차인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상가권리금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졌던 상가권리금 거래를 세무소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세를 투명하게 내야 한다. 상가권리금 상승분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상승분의 80%는 투자비 등 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20%에 대해 세율 20%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1억원의 권리금 이익이 났을 경우 2000만원에 대해 4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세법에 따라 상가권리금에 대해 기타소득세를 부과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권리금 거래를 신고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과세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가권리금 거래도 일종의 지하경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 측은 "세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권리금 그 자체가 아니라 권리금 증가분에 대해서만 발생한다"며 "이 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으로, 권리금 등록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세법 개정안을 통해 세금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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