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선진화 전략'을 발표하자마자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 운영기관이지만 단독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과 부딪혔다.
9일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창조금융과 시장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7 거래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언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거래소가 추진해야 할 선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었던 부분은 '거래시간 연장'이다. 시간외 거래를 30분 늘리고 현재 6시간인 정규시간 거래시간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야심찬 계획은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큰 벽에 부딪혔다. 금융위원회에서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거래소와 공식적으로 협의한 적이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금융위의 이같은 반응에 당황한 거래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증권업계 및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거래시간 확대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이 방안과 관련해 금융위와 협의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몇 개월간 공들여 만든 계획을 발표 몇 시간 만에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거래소가 선진화 방안을 준비할 단계부터 우려는 있었다. 공공기관인 거래소는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 거래소가 시장 활성화와 거래소 선진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증권업계를 생각하면 거래소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은 고사 위기에 직면했고 여의도에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시장 운영기관으로서 시장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시장을 살릴 수 있도록 발목을 풀어줘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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