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빈소년합창단 지휘자..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오스트리아 빈 소년 합창단은 5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489년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칙령으로 조직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슈베르트, 하이든, 베토벤, 바그너 등의 작곡가들도 이 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9월, 빈 소년 합창단은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사상 첫 여성 지휘자이자 동양인 지휘자인 김보미(35·사진) 씨를 모차르트팀 상임 지휘자로 발탁한 것이다.
6일 오스트리아 빈 자택에 있는 김보미 지휘자를 국제전화로 만나 보았다. 김 지휘자가 이끄는 모차르트 팀은 오는 1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가진다. 그는 "아무래도 고국에서 갖는 공연이다 보니까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이들도 선생님의 나라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한옥마을도 구경시켜 주고 싶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도 잔뜩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와 합창 지휘를 하면서 음악에 흠뻑 빠져 살았던 그는 대학 시절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연세대 음대에 들어갔다. 이후 독일로 건너 가 레겐스부르크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하고, 이어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합창 지휘 석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독일 유학 시절 만난 빈 국립음대 에어빈 오르트너 교수는 그에게 빈 소년 합창단 지휘자에 도전해볼 것을 적극 권유한 사람이다.
변성기 이전 10살 내외의 소년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빈 소년 합창단은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브루크너 등 4개 팀으로 나눠 전세계를 돌며 연 30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한다. "아이들이 싫증을 많이 내기 때문에 지휘자는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친구도 됐다가 엄마도 됐다가, 무섭게 혼내기도 하고, 망가지면서 웃기기도 하고, 카멜레온처럼 많이 변해야 합니다. 무대에서는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지만 아이들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과 자기주장도 강하기 때문에 인성 위주로 아이들을 다뤄야 합니다."
이미 김보미 지휘자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일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로서는 첫 해외공연이었다. 8주 동안 총 38회의 공연을 가졌는데, 매 공연이 매진이었다. 같은 동양인 지휘자를 보는 기대와 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일본은 워낙 팬층이 두터워서 빈 소년 합창단이 1964년부터 지금까지 50년간 매년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에요. 공연장의 규모와 시설 뿐만 아니라 그 저력이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중세 교회음악과 각국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특히 이영조 작곡가가 편곡한 '아리랑'도 빈 소년 합창단의 맑은 음색으로 들을 수 있다. "23명의 아이들이 모두 두성으로 노래를 하고, 지휘자가 반주와 지휘를 같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떻게 이 합창단이 그 오랜 시간 전통을 지키며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 비결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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