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수 청구 행사와 함께 메시지 전달, 사실상 손떼기 돌입…수은 "법적요건 충족한만큼 수용 어려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성동조선 채권단 가운데 하나인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와 함께 출자전환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일 무보를 제외한 채권단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수출입은행(수은)은 무보를 설득하면서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보는 지난달 30일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출자전환 해제를 채권단에 요구했다. 무보 관계자는 "출자전환 결의를 풀어달라는 입장을 수은에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무보가 22.7%의 지분 매각과 함께 성동조선에서 손을 뗄 수 있지만 '출자전환 백지화' 카드를 제시한 것은 '재실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재실사를 위한 일종의 선결과제인 셈이다.
무보는 그동안 수은이 제시한 성동조선 관련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은 채 전면 재실사를 요구해왔다. 재실사 결과를 보고 경영정상화 방안과 출자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수은은 출자전환 결의 이후에 재실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보 관계자는 "출자전환 가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재실사를 할 수 있고, 반대매수청구권 철회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수은의 입장대로 출자전환이 결의된 상황에서 실사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무보의 판단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은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채권은행을 어렵사리 설득한 끝에 출자전환 동의를 받았는데, 이를 해제해달라는 무보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미 결의가 된 출자전환을 법적으로 해제하기 위해서는 채권단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난감한 입장을 밝혔다.
수은은 지난달 31일 '출자전환 해제를 요구하는 이유'를 묻는 공식 질의서를 무보에 보낸 상태다. 수은 관계자는 "공문을 보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무보가 사실상 성동조선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은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무보 관계자 역시 "출자전환 해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가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없다"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반대매수 철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계속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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