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확·정유·기계·車·IT 무차별 저가 공습
전문가들 "對日 수출은 이제 게임 끝났습니다"
싼 일본車, 美 판매 총공세…부진한 현대기아차와 대조
[아시아경제 박민규ㆍ조슬기나ㆍ김승미 기자] "올해 최대 변수는 환율이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기업들이 환율 공포에 떨고 있다. 엔저·원고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주요 산업 수출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일 1050.3원으로 마감해 전날보다 5.1원 내렸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장중 한때 1048원까지 하락하며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막판에 1050원 선을 간신히 지켰다.
원·엔 재정환율도 지난해 12월30일 5년여 만에 마지노선인 100엔당 1000원이 깨진 데 이어 2일 장중 996원까지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대일본 수출은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319억9600만달러(약 33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0.5%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철강이다. 이 기간 철강제품의 대일본 수출은 33억3800만달러로 22.6% 급감했다. 전자제품도 11.8% 줄어든 26억2000만달러에 그치는 등 주요 품목들이 모두 수출 감소세를 나타냈다.
장성식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일본 업체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철강과 화학·기계·자동차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수출 품목들은 제3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당분간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장 연구위원은 "올해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 품목 가운데 전자·자동차·철강·정유·농수산물 등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엔저·원고 심화가 단순히 대일본 수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특히 일본과 경쟁이 심한 조선·철강·자동차산업 등이 받는 타격이 크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일본 기업들과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며 "당장 일본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고 프로모션 등을 대대적으로 하는 것으로 인한 영향도 받겠지만 연구개발(R&D) 투자 등 장기적 부문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올해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하 및 지원금 확대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엔저 효과가 가시화된 지난해에도 도요타의 북미 판매량이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부진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저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가격경쟁력 문제가 더 크다"며 "일본 브랜드들이 엔저를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으로 장기적 투자를 할 경우 격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R&D투자 추이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가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엔저는 국내 수출경쟁력을 저하시켜 총수출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엔저 현상 지속으로 올해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105엔으로 절하될 경우 국내 총수출은 전년보다 -2.2%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115엔에 달할 경우 국내 총수출은 전년보다 -4.0%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임 실장은 "철강·기계·자동차·석유화학·정보기술(IT) 순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올해 연평균 105엔일 경우 철강 -3.5%, 기계 -3.2%, 자동차 -3.2%, 석유화학 -3.1%, IT -2.2%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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