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개선에도 중국 등 아시아國 수출 제자리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아시아 국가들의 신년소망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이들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야 자국의 수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망은 일치감치 접어야 할 듯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발표된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자관리지수(PMI)을 근거로 아시아 국가들의 선진국 수출 의존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PMI는 기업의 신규주문과 생산, 출하, 재고 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내총생산(GDP)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PMI는 기준점인 50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되는 신호로 읽힌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HSBC PMI는 50.5로, 전달 50.8에서 다소 떨어졌다. 같은달 중국 정부의 공식 PMI도 51.0으로 11월 51.4에서 하락했다. 기준점인 50을 웃돌며 경기 확장을 나타냈지만, 신규 주문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숫자는 하락한 것이다.
이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로 중국 PMI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 홍콩 소재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아시아 전반에 걸쳐 꾸준한 성장세가 보이고 있지만 무역 사이클은 예전처럼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 자료를 보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크게 줄었다. 2000년 23.8%에서 지난해 13.6%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내수 비중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내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내수 비중이 높거나 미국보다 중국 의존도가 크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원자재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HSBC PMI는 50.3에서 50.9로 상승했다. 하지만 수출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인도의 PMI는 51.3에서 50.7로 떨어졌다.
다만 예외인 아시아 국가들도 있다. 대만의 경우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HSBC PMI는 55.2를 기록했다. 전달 53.4에서 대폭 오른 수치로 2011년 4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대만 정부의 공식 PMI도 지난해 11월 52.0에서 53.4로 뛰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HSBC PMI는 50.8로 전달 50.4에서 소폭 상승했다.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자제품 부품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대만은 글로벌 전자제품 부품 기지다. 대만과 한국 모두 중국 보다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유럽 경제 회복세에 따라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의 상품을 서구 시장에 내다파는 한국과 대만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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