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46개 중 34개 평가 항목 개방 검토...외부공개로 인증서 신뢰 강화에 도움될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내년부터 기술평가시스템을 시중은행에 개방한다. 기보는 기술평가를 통해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일부 평가항목에 한해 은행이 직접 구성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술평가는 기보의 핵심 역량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외부 공개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기보는 최근 국민ㆍ기업ㆍ신한ㆍ우리은행 관계자들과 함께 기술평가시스템을 은행에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보 관계자는 "기술평가시스템을 외부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시스템'으로 바꿀 방침"이라면서 "필요하다면 모든 시중 은행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보가 추진하는 방법은 기술평가항목 가운데 일부를 은행이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평가시스템은 46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산업 환경과 중소기업 지표 관련 12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34개를 은행에 맡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기보 관계자는 "은행에서 어떤 내용을 넣을지 아직 알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은행이 원하는 것은 대체로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보가 핵심시스템인 기술평가를 은행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인증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기보는 그동안 인증서 발급비용을 깎아주고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할 때 이자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예 평가시스템을 공개하면 인증서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활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기보 관계자는 "기술평가인증서만 놓고 볼 때 기술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면서 "은행들이 평가시스템을 세부적으로 알면 평가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보의 이 같은 결정에 은행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요자 위주로 평가할 수 있게 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보는 다음달부터 시중 은행들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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