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26홀 규모 1위, 롯데와 GS, 현대차 등 대기업은 지금도 골프공화국 건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골프왕국'은 과연 어디일까.
골프장업계 전체가, 이른바 '망하는 기류'라고 해도 건재한 곳이 있다. 바로 대기업 계열 골프장들이다. 거대 자본의 뒷받침으로 입회금 반환에서 자유롭고, 적자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그 중심이 바로 삼성그룹이다. 안양 등 5개 골프장에 무려 108홀 규모다. 국내 최고의 명문 안양의 위상까지 더해 '골프종가'로 군림하고 있다.
대기업의 골프왕국 건설은 2000년대 접어들어 본격적인 영역 확장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골프장사업이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지만 끝없는 '세 과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독특하다. 실제 CJ의 해슬리나인브릿지, 태광그룹의 휘슬링락, 신세계의 트리니티 등은 '아무나 갈 수 없는' 명코스로 조성됐다. 난세에 오히려 '차별화'란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 삼성 "우리가 골프종가"= 고(故) 이병철 회장의 남다른 골프사랑부터 유명하다. 안양(18홀)을 비롯해 가평베네스트(27홀)와 안성베네스트(27홀+대중제 9홀), 동래베네스트(18홀), 글렌로스(대중제 9홀) 등 5개다. 모두 에버랜드 소속이고, 동래베네스트만 사업주가 삼성물산이다.
1968년 개장한 안양은 특히 45년의 유구한 역사가 돋보인다. "나무값만 해도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아예 문을 닫고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지난 5월 재개장하면서 골프장 이름도 안양베네스트에서 다시 예전의 안양으로 환원해 '역사성'을 부각시켰다. 클럽하우스를 신축했지만 코스는 그대로 보존했다. 1번홀과 18번홀 등 처음과 끝이 다소 쉬워졌고, 5번홀에 크리크를 새로 조성한 정도다.
'안양 효과'는 그러나 계열 골프장들의 입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평베네스트는 실제 회원모집 초기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안양의 주중회원대우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소수의 초고가회원모집에 성공했다. 여러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 누리는 '체인효과'다. 12월24일 기준 회원권시세가 7억3000만원, 지금도 남부(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 한화, 롯데, GS의 '도전장'= 규모면에서는 한화가 1위다. 플라자 용인(36홀)과 설악(18홀), 제주(대중제 9홀),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18홀),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27홀) 등이다. 일본의 오션팰리스(18홀)까지 포함하면 총 126홀이다. '블루칩'은 제이드팰리스와 골든베이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설계한 골든베이는 국내 최고 상금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까지 개최해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그룹도 만만치 않다. 스카이힐 제주(27홀+대중제 9홀)와 김해(18홀), 성주(대중제 18홀), 부여(대중제 18홀) 등 총 90홀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은 레저사업 쪽을 맡아 순식간에 90홀 규모로 덩치를 키우면서 치열한 몸싸움에 합류했다. 엘리시안 강촌(27홀+대중제 9홀)과 제주(27홀+대중제 9홀), 여기에 강원도 강릉의 샌드파인(18홀)을 추가했다.
현대차와 CJ, 코오롱, 신세계그룹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해비치 제주(27홀+대중제 9홀)와 서울(18홀) 등 54홀, CJ는 나인브릿지(18홀+대중제 9홀)와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등 45홀, 코오롱은 우정힐스(18홀)와 마우나오션(18홀), 가든(대중제 9홀) 등 45홀, 신세계는 자유(18홀)와 트리니티(18홀) 등 36홀 규모다. 한솔그룹은 문막 리조트단지에 오크밸리(45홀)와 오크힐스(18홀) 등 63홀을 집어넣었다.
▲ 신안, 레이크힐스 "골프장사업은 우리도"= 그룹사는 아니지만 골프장사업을 중심으로 '왕국'을 만든 기업들도 있다. 신안과 레이크힐스다. 신안은 리베라(36홀)와 신안(18홀+대중제 9홀), 그린힐(18홀), 제주 에버리스(18홀+대중제 9홀) 등 이미 4개 골프장, 레이크힐스는 용인(18홀)과 안성(대중제 9홀), 제주(27홀), 순천(18홀+대중제 18홀), 경남(18홀) 등 5개 골프장에 각각 108홀 규모를 완성했다.
대기업의 골프장사업은 모기업의 안정성이란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다. 회원제의 특성상 회원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 프리미엄이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명품 바람'도 더해진다. 삼성 래미안이나 현대 아이파크 등 '명품 아파트'의 트렌드처럼 골프장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여건에서도 브랜드에 따라 회원모집의 성패나 시세가 달라진다.
한국기업들의 해외 골프장 진출 러시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본으로 해외 골프장을 인수한 경우만 20여개, 400홀이 넘는다. 한화가 2005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공항골프장(현 오션팰리스)을,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중국 웨이하이에 있는 범화골프장(현 웨이하이포인트)을 매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인수비용이 저렴한 반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며 "중국과 일본 등지의 골프장 매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