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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예산 확대 지침에 납짝 엎드린 공공기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9초

해외출장미루고..장비구입포기..부서간 비용집행 갈등..
정부 지침에 허리띠 죄기..성의 표시 위해 줄줄이 포기
"연초엔 조기집행 하라더니" 불만 속 '불용' 확대 안간힘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 A공공기관은 올 연말 예정됐던 기관장의 해외 출장을 포기했다. 해외 사업이 많은 B공공기관은 실무진들의 해외 출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C공공기관은 새로운 사업을 위한 장비 구매를 계획을 취소했다.

공공기관이 정부의 불용예산 확대 방침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11월 정부로부터 불용예산을 늘리라는 지침을 받은 이후 가진 돈도 쓰지 못하는 설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예상보다 저조한 경기 탓에 나라가 거둬들인 세금은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작년 수준에도 못 미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상반기에 12조원의 추경을 집행했다. 또 한번의 추경은 정부 신뢰도 추락의 지름길이다. 기획재정부는 '불용예산' 활용 이라는 묘책을 꺼냈다. 부족한 세원을 불용예산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묘책은 곧 공공기관의 허리띠를 죄는 방안이었다. 가뜩이나 "파티는 끝났다"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목줄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 밉보이지 않으려면 정부의 말을 따라야 할 뿐이다. 공공기관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불용'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해외 사업이 많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 공기업은 실무진들의 연말 해외 출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해외 출자사도 점검해야하고,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회의도 필요하다고 실무진들이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경상경비로 분류되는 출장비가 부담스러워 결국 연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도 당초 준비했던 해외 출장을 포기했다. 해외 현황 점검 및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해서 일찍이 예정돼 있던 유럽 출장이었지만 하수상한 시절에 몸을 사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은 사업에 필요한 장비 구매를 취소했다. 비용이 2억원 남짓해 전체 예산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지만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불용처리하기로 했다. 새 장비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부서에는 내년도 예산을 받으면 구매해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작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은 사장이 직접 나섰다. 경상경비를 10% 줄이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평가 결과에 따른 정부의 권고 사항은 경상경비를 1%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자진해서 10% 삭감을 결정했다. 불용 처리한 예산이 늘어나면 기재부의 평가가 나아질까하는 기대에서 나온 결정이다.


소심한 반발을 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한 공공기관의 실무자는 예산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배정된 예산은 모두 집행한다는 원칙아래 사무용품을 미리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조직 내부의 갈등도 생겨났다. 실무를 처리하는 사업부서는 어떻게든 예산을 집행해서 성과를 내겠다고 외치는 반면 경영지원부서에서는 비용 집행을 뜯어말리면서 생긴 갈등이다.


공공기관의 한 직원은 "연초에는 경기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예산집행을 서두르라고 몰아치더니 연말이 되니 있는 돈도 쓰지 못하게 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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