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중기 대통령', 경제민주화 첫해 성적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정민 기자] 중소기업계 올해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섰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단가 후려치기를 막고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월 박 대통령 취임 전 이뤄진 중소기업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5.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85.5%는 당선인의 의지가 취임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가시는 잘 뽑았다= 1년을 마무리 짓는 지금, 그들의 기대감은 제대로 보답받았을까. 일단 '손톱 밑 가시' 뽑기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17일 민관합동규제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기준 총 1579건의 손톱 밑 가시가 취합됐으며, 이 중 497건이 해결됐다. 1년도 되지 않아 약 500건에 달하는 가시가 뽑힌 것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부작용'을 드러내며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다. 대기업이 밀려난 빈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독식하고, 두부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다 콩 수요가 줄면서 콩 생산자들이 적합업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다른 경제민주화 정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도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으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과세 대상에 중소·중견기업이 98%를 차지하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손해배상액이 피해규모의 10배에서 3배로 줄었다.
◆밥그릇 싸움에 혼란, 남북대결에 흔들= 올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에 혜택이 몰리면서 주도권을 두고 대립이 일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추진을 두고 3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창립준비위원회(창준위)·창립추진위원회(창추위)는 장내외에서 서로 헐뜯고 대립했으며, 심지어 중기중앙회와 특정 정치인 배후설까지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을 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도 중소기업 범위 기준 개편을 두고 입장이 갈렸다. 12년 만에 중소기업 기준을 개편하는 중기청은 매출액 800억원을 새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중소기업계의 반발로 현행과 동일한 매출액 1500억원으로 확정했다. 중견기업 개수를 늘릴 기회를 놓친 중견기업계는 '사실상 후퇴'라는 입장이다.
또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개성공단 기업들이 생사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 4월3일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시작된 개성공단 폐쇄는 5개월간 이어졌다. 가까스로 재가동에 합의했지만 해결돼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재가동된 지 두 달째인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상화의 전제가 되는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경기 나아지면서 희망도 돌아올까=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던 올해를 보내며, 중소기업들은 다소 희망적인 내년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몇 년째 침체 상태였던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206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중소기업 업황 전망 건강도 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8.8포인트 상승한 96.8을 기록했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이다.
내수 침체 극복을 위한 중소기업 해외진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중기중앙회는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파주에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는 면세점을 설립할 예정이며,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도 15일 미국 뉴저지에 미국 유통망진출지원센터를 열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기로 했다.
반면 새 정부 2년차부터 경제 살리기에 정책 무게중심이 점차 기울면서, 경제민주화 정책 동력은 다소 약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주요 경제민주화 정책이 반대에 부딪혔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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