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3000만원이상 2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 세금 체납자 1만4500명 공개…명단 공개 불구 숫자 오히려 늘어나…"강력한 징수 수단 강구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국의 고액·상습 세금 체납자들이 정부의 명단 공개에도 불구하고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재산을 가족 등의 명의로 숨겨 놓고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양심불량의 이른바 '전문직-부유층'이 많다. 이들에겐 자식들에게 재산을 빼돌린 채 1600여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가 여론의 압박에 밀린 검찰의 수사에 의해 결국 추징금 완납을 선언한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강력한 징수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16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은 이날 3000만원 이상을 2년 이상 체납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1만4500명(개인 9949명, 법인 4551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일제히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명단을 보면 정부가 2006년부터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해마다 명단공개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만1529명이었던 명단 공개 대상자는 1년 만에 2971명(25.7%)이나 늘어났고, 1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도 4746명으로 전년 대비 821명(20.9%)이나 늘어났다. 명단공개 대상자의 총체납액도 2조13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503억원(26.6%)나 급증했다.
또 서울시만 해도 이날 공개된 명단 6139명 중 5249명이 지난해 명단에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도 명단공개 대상자 5587명 중 94%가 명단 공개라는 '망신'에도 불구하고 1년 사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 올해 또다시 이름이 공개된 것이다.
특히 이번 명단에는 기업인·의사 등 부유층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84억300만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액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이동보 전 코오롱TNS회장이 42억6200만원,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 40억3400만원을 각각 체납해 명단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은 대부분 부인 등 가족 명의 등으로 재산을 빼돌려 놓고 여전히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최순영 전 회장은 지난 9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 15명에 의해 양재동 고급 빌라촌이 급습당해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들킨 바 있다. 당시 최 전 회장이 살고 있는 자택은 17억원 상당으로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종교재단 소유였지만, 본인 소유가 아니라 압류되지 않은 재산이었다. 이날 최 전 회장의 금고에선 2100만원이 든 통장, 1500만~1800만원이 적힌 '이사장님 보수 지급 명세서', 합계 27억원으로 기재된 '예금잔액 현황' 서류, 명품 시계 등이 줄줄이 나왔다. 징수팀이 이날 지하 1층, 지상 2층에 총 328.37㎡ 넓이의 최 전 회장 자택을 2시간 동안 샅샅이 뒤져 찾아낸 것은 시가 1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현금, 귀금속, 기념주화 등 금품 1억3163만원어치나 됐다.
이에 따라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재산을 빼돌려 호화 생활을 하는 부유층 인사들에 대해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수준의 강력한 징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최근 체납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들과 함께 지방세 체납자 등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요구와 제공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하기로 하는가 하면, 악성 고액·상습체납자들을 특별 관리하는 등 징세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납자 수가 늘어나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우선 세정당국이 공정한 과세를 통해 납세저항을 줄여야 하며, 고액 악성 세금 체납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가산세만 내는 식의 처벌이 아니라 형사 처벌 등 책임을 묻는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지자체들도 그만큼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방증인 만큼 재산파악·압류 등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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