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 곳간을 더 열어야 할까,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을 둘러싼 성장파와 긴축파 간 논쟁에서 현재까지 스코어는 긴축파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는 5일(현지시간)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정부의 직접투자 없이 재정 긴축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그동안 긴축정책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조소했다. 이날 예산책임청이 발표한 올해와 내년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1.4%와 2.4%로 상향 조정된 덕분이다. 오스본 장관은 “정부의 예산삭감 노력 덕분에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긴축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6%나 늘어났다. 세금감면 혜택 종료와 정부지축 삭감 등 이른바 재정절벽과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 위험 속에서도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유로존 최대 골칫거리 그리스도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개선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일 그리스 등급전망을 종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국가의 재정정책 조정 능력이 뛰어난 수준이라는 점이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이유다. 무디스도 지난달 그리스의 부채감축 노력을 강조하며 그리스 등급을 ‘Caa3’로 두 단계나 올렸다. 이 밖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국제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긴축정책을 펴온 국가들도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멜라니 베이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회복세가 영국의 경제성장을 도왔다”며 “긴축 정책이 경제침체 극복에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미국과 유럽 정부는 비용 감축에 나선 반면 각국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하지만 벤 버냉키를 비롯한 성장론자들은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경기침체(저성장) 때문에 국가 빚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교수를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국의 공화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긴축파를 옹호하며 혹독한 재정감축 정책을 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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