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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균형재정이 불변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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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균형재정이 불변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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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올 9월까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9조원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시중이자율 5%를 적용하면 매년 이자로 지출되는 금액만 50조원이 넘는다.


이는 연간 법인세 징수액과 맞먹는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등이 납부하는 법인세 전부를 국가나 공기업 채무의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국민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세금이 은행의 배만 채우는 꼴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평균 부채비율(109.3%)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부채비율 33.9%는 양호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논리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과 달리 한반도 통일이라는 숙명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재정이 넉넉지 않다면, 통일의 기회가 찾아와도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일은 저만치 두고서라도, 당장 지금 우리 국방력으로 독도와 이어도를 지킬 수 있는가? 일본이 독도를, 중국이 이어도를 강점하려 들 때 우리나라 공군력이 적을 막을 수 있는가? 미군이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1905년 체결된 '가쓰라-테프트 밀약(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하는 대신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침략 의도가 없다고 다짐함)'을 보더라도 미국이 반드시 우리 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가장 확실한 것은 재정이 튼튼해 성능 좋은 전투기를 팍팍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재정적자가 심화되면 전투기 몇 대 사는 데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국가가 돈이 없으면 국민이 살고 있는 땅도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야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수입이 줄면 알아서 지출을 줄이는 게 상식이고 정답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그렇게 못할까. 국가재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가계부를 보면 임기 말에서야 겨우 재정적자를 면할 정도다. 그것도 연평균 성장률을 4%로 가정할 때 그렇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2% 내외 남짓한 경제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성장률을 1% 높게 잡을 때 세입 증가액은 약 2조원. 20조원(2%×2조원×5년) 정도의 세입 예산이 뻥튀기돼 있다는 얘기다.


왜 이럴까. 증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증세는 표와 직결되지만 성장률이야 선거 뒤의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좋을 수 있다. 급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연명한다. 올해도 17조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이러는 사이 국가부채는 늘어간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정부는 그렇다 치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국회가 저 모양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국민이 국가재정 적자에 무관심하면 다음 대선에선 기초연금으로 5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하는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복지를 미끼로 표를 사겠다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렇게 해서 당선되고 나면 그 뿐, 국가재정은 몰라라 한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대한민국은 남유럽처럼 '거지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철학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적어도 균형재정으로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출은 반드시 이를 떠받치는 세입이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페이 고 (pay-goㆍ수익자부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복지지출은 추가적으로 증가된 세입의 범위 내에서만 집행되어야 마땅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솔직히 현실을 인정하고 증세 정책을 취해야 한다. 이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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