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토교통부가 오는 5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 양천구 목동과 송파구 잠실ㆍ가락, 노원구 공릉, 경기 안산시 고잔 등 5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일괄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8월 지정한 서울 구로구 오류, 서대문구 가좌지구에 이어 후보지 7곳의 지구 지정이 모두 마무리 된다. 5월 7개 시범지구 발표 이후 해당지역 주민 반대로 지지부진한 행복주택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걸림돌이 많은 데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교통혼잡, 슬럼화 등의 우려를 감안해 주택 건설 가구 수를 줄이는 등 주민의견을 일정 부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은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 데 지구 지정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반대가 심한 목동과 고잔지구 주민은 시위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건설비 산정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오류, 가좌 등 2개 지구의 건축비는 3.3㎡당 1700만원에 이른다. 민간아파트의 4배 수준이다. 철도부지 위에 아파트를 짓느라 기초공사비와 데크 등 부대시설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신혼부부 및 대학생용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는 행복주택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한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행복주택 관련 특별법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은 행복주택 건설의 기본 요건인 용적률과 건폐율 등 건축 특례를 비롯해 철도 및 유수지 등의 사용기간 및 점용료 감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지구를 지정해도 사실상 공사를 진행시키기가 어렵다. 지구지정을 강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 이행을 이유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행복주택의 실제 건설비용이 정부가 책정한 것보다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사업성 심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구 지정을 강행하기에 앞서 34조원 넘게 드는 행복주택 20만가구 공급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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