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입이 궁금하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다음 달 한국·중국·일본 방문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외교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일 양국의 안보·외교 수장들은 연쇄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처사에 우려를 표하고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했다. 미국에서도 이번 사태에 적극 대응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 중국 직접 찾아 압박=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3국 방문에 앞서 가진 브리핑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의 행동에 대해 미국의 우려를 직접 전달하고 중국의 의도와 관련해 분명한 해명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행동에 이웃 나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며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이 국제 영해와 분쟁 지역에서 어떻게 작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지도부에 아시아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어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는 점도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측은 일본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나섰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 통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현 정세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헤이글 장관이 미·일 방위조약 대상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선언 이후 실시한 B52 폭격기 비행 훈련을 예로 들며 “중국의 조치에 따라 미군이 작전까지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도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극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전날 전화회담에서 양국의 협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캐롤린 케네디 일본 주재 미국 대사는 27일 부임 후 처음 행한 연설에서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역내 긴장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미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권고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 기업연구소(AIE)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나선 지난 24일을 '미국이 아시아를 잃은 날'이라고 표현했다. AIE는 “중국이 미국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미국이 이에 밀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일 관계 정상화 역할론= 미국은 국익 차원에서라도 경직된 한일 관계를 해소하려 들 듯하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에 주변국들과 협력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한국 등 주변국들에는 일본이 긍정적으로 움직이면 화답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아가도록 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그는 “한일 양국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와 관련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갈등을 확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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