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이 맹수있는 우리 출입하고 잠금장치 관리 소홀히 하는 등 전반적인 부실 관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동물원 안전관리 준수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일 대공원을 찾은 관람객이 많아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오전10시10분께 서울대공원의 수컷 시배리아호랑이 로스토프(3)가 실내 방사장 문을 열고 통로에 앉아있다 사료를 주기 위해 들어온 사육사 심모(52)씨의 목을 물었다. 사고 직후 심 씨는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방사장 잠금장치가 제대로 걸려있지 않아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해 관리자 통로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중문으로 설계돼 있어 관람객에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중문의 높이가 성인 남성의 키보다 낮아 만약 호랑이가 문을 뛰어넘었더라면 관람객의 추가피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호랑이를 별도의 장소로 격리시키지 않고 관람객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해 사후관리가 부실한 점도 입방아에 올랐다. 대공원 관계자는 "곧바로 다른 환경으로 옮기면 난폭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오후까지 관람용 사육장에 머물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호랑이가 기존에 머물던 우리가 연말까지 공사에 들어가면서 지난 4월부터 여우 우리에서 생활해 온 점도 사고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85kg에 육박한 호랑이가 49.6㎡의 좁은 우리에서 생활하며 스트레스로 인한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어야 하지만 별도의 안전장치 하나없이 이 곳을 드나들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로스토프는 2011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가운데 수컷으로, 한국으로 인도되는 과정과 도착 직후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2004년 늑대 늑돌이, 2010년 말레이곰 꼬마가 탈출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이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며 빈축을 샀을 뿐 제대로 매뉴얼을 갖추려는 노력은 없었다.
대공원 관계자는 "평상시에 사육사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지만 사고가 일어난 것은 유감"이라며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한 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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